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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기술인이 보는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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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기술인이 보는 금융위기

입력
2008.11.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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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위기 국면이 지속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와중에,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10년 전 IMF 구제금융의 위기를 체험하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숱한 변화를 겪었던 우리나라로서는, 이번의 위기 역시 냉철히 짚어보면서 몇 가지 반성의 계기로도 삼아야 할 것이다.

IMF 위기 때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지는 않았지만, 특히 이공계 연구원들이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은 이후 심각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낳는 중요한 원인이 된 바 있다. 일찍부터 주변의 기대와 촉망을 받으며 이 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 매진해 오던 사람들이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목도한 청소년들이, 이공계는 별로 갈 곳이 못 된다는 달갑지 않은 '학습효과'를 얻게 되었던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카지노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속된 말로 '돈 놓고 돈 먹기' 판이었던 것은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 지나침이 도를 훨씬 넘다 보니 또한 탈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생산의 증가나 과학기술의 발전에 의한 새로운 부가가치의 창출 정도 등 실물경제의 수준을 과도하게 뛰어 넘는 돈놀이는 언젠가는 한계에 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평범한 상식일 것이다.

국내 금융권 임직원들의 급여가 지나치게 높으니 대폭 삭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논란을 접하면서, 국내 저명 이공계 대학 총장을 지닌 분이 몇 년 전 필자에게 들려준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상경계 대학을 갓 졸업하고 금융권에 취업한 자신의 딸의 연봉이, 이공계 박사를 마치고 유수의 대기업이나 연구기관에 취업한 이들보다 훨씬 많아서 상당히 놀랐다면서, 이러니 우수한 청소년들이 이공계에 가려 하겠느냐고 반문하셨던 것이다.

특정 업종의 급여를 들먹여 좀 미안하기는 하나, 그저 '돈'을 가까이서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힘들게 일하면서 진정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이들보다 과도하게 높은 급여와 혜택을 누리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이 나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아예 만성적 체질화가 되면서 체념하게 되었는지, 그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달리 위기의식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없고 각계의 해결 노력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아예 한 술 더 떠서, 일부 언론과 정책가 관료들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과학기술 기반의 제조업 등 2차산업보다는, 물류, 금융 등 3차산업을 발전시켜서 먹고 살 수 있을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지향해야 할 것처럼 얘기하면서 '롤 모델'로 삼았던 나라들 중 상당수가 최근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위기에 빠진 것에 대해 어떤 답변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특히 그간 여러 언론들이 다투어 취재에 열을 올리며 본받자고 했던, 중동의 사막 위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세워진 한 도시 국가는 글자 그대로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될지도 모를 상황이라고 한다.

소설 삼국지 등 중국의 고사에서 가끔 나오는, 다른 성(城)을 차지하려 자신의 원래 성마저 버리고 무리한 욕심을 내다가 오도 가도 못하는 위기에 빠지는 어리석은 장수의 신세가 될 텐가?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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