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복회 계주 윤모(51ㆍ여)씨에게 돈을 떼인 회원들의 반응은 신분에 따라 엇갈렸다. 사회지도층 등 이른바 '특별회원'들은 연루된 사실을 숨기는데 급급한 반면, 신원이 공개돼도 문제가 없는 소액 가입자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돈을 받아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털어 놓았다.
본보가 14일 입수한 명단에 올라 있는 회원들에게 전화를 한 결과, 유력 정치인과 장성 부인 등 사회지도층 회원들은 관련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유력 정치인 L씨와 관련이 있는 조모씨는 "다복회 회원인 것은 맞지만, 정치인 L씨는 모른다"고 말했다. 조씨는 "다른 회원은 단 한 명도 알지 못하며, 13일 W식당에서 열린 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원 명부에 또다른 거물 정치인 L씨의 친인척으로 기록된 송모씨도 다복회 회원이냐는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음성으로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송씨는 L씨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20억원을 떼인 것으로 알려진 가수 K씨도 "되도록 소송을 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소송을 한다고 해도 남편 명의로 할 것"이라며 신분 노출을 꺼렸다. 특별회원 10여명 중 군 장성 부인과 판사의 친인척 등 2,3명은 신분노출을 우려한 듯 이미 휴대폰 번호를 바꾼 상태였다.
반면, 자영업자와 직장인 등은 신분이 노출되더라도 반드시 돈을 돌려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직장인 남편을 둔 이모씨는 "이름이 공개되더라도 소송을 통해 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상계동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노모씨는 "아들, 남동생 등의 이름으로 3구좌를 들었는데 한 푼도 찾지 못하게 돼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할 심정"이라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돈을 되돌려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채권 회수 의지를 포기한 듯한 반응도 보였다. "아들 결혼자금을 곗돈으로 냈다가 모조리 떼이게 됐다"는 정모씨는 "집이라도 팔아 아들 전세금을 마련해야 하느냐"며 망연자실했다.
안모씨도 "집단 소송을 한다지만, 계주가 빈털터리가 됐다는 데 찾을 도리가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모습이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유명 정치인들이 다수 회원으로 가입했다는 윤씨 말만 믿고 사업자금을 투자했는데 모두 떼이게 됐다"면서 울먹였다.
허정헌 기자
장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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