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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좋은 저자는 훌륭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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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좋은 저자는 훌륭한 독자

입력
2008.11.1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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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저자는 훌륭한 독자이기 마련이다. 밀란 쿤데라가 쓴 <소설의 기술> 이나 <커튼> 과 같은 독서 감상문(에세이)은 저작 이상의 새로운 풍요로움을 안겨다 준다. 미셸 투르니에가 선사하는 우아한 산문은 어떠한가. 이번에 새로 나온 책을 서점에서 훑어보다가 쥘 베른을 다룬 장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다.

투르니에는 프랑스 문학에서 풍경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작가의 맨 앞자리에 쥘 베른을 세워놓는다. 본격적인 독서론인 <흡혈귀의 비상> 은 치열한 독서 일기다. 특유의 예찬으로 시대를 넘나드는 작가들의 책을 구입하게 만든다. 그가 읽은 목록을 읽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투르니에처럼 우아하게 생각하거나 쓸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에 이러한 욕망을 자극한 것은 <왜 고전을 읽는가> 라는 뻔한 제목을 달고 나온 한 권의 책이었다. 저자는 이탈리아의 작가 이탈로 칼비노이다. 그의 소설을 처음으로 본 것이 대학시절 '문장'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거미집의 오솔길> 을 통해서였다. 불문학자인 김화영 교수가 중역을 한 책이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칼비노의 작품을 즐겨 읽기 시작했다. <나무 위의 남자> 에서 <우주만화> 에 이르기까지 네오리얼리즘 작가에서 포스트모던 작가로까지 나아간 칼비노의 세계는 20세기를 풍미한 이탈리아의 문화사였다.

하지만 그는 자주 비교되는 보르헤스나 마르케스와는 달리 국내에서 독자층을 넓게 갖지는 못했다. 왜 그럴까. 몇 가지 생각을 뒤로 한 채 <왜 고전을 읽는가> 를 보면 그의 성실한 독서에 밑줄을 긋게 된다. 좋은 독서가들이 그러하듯이 그는 자신을 성장시킨 보물들을 알려주고 싶어 안달이 나 농담을 빌어 고함을 친다.

에밀 시오랑의 입을 빌어 왜 책(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다음과 항변한다. "소크라테스는 독약이 준비되고 있는 동안 피리로 음악 한 소절을 연습하고 있었다. '대체 지금 그게 무슨 소용이오?' 누군가 이렇게 묻자,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래도 죽기 전에 음악 한 소절은 배우지 않겠소.'" 그의 책이, 혹은 그가 소개하는 책이 좀 더 읽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깊어진 가을이라는 핑계로라도 말이다.

이상용 영화평론가 ·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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