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둘 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를 했고 일반인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판단과 행동으로 성공의 길을 걸어 왔다는 점이다. 그 같은 성공신화에 기초해 노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은 남이 반대하면 오히려 오기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가는 일종의 '청개구리' 기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청개구리 기질로 여론을 무시하고 오기를 부리다가 많은 실정을 했다.
서로 닮은 전ㆍ현 대통령의 오기
그러나 이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며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강만수 재정경제부장관에 대한 집착이 그 한 예이다. 나아가 최근 세계를 공포와 암흑으로 몰고 가고 있는 월 스트리트 발 경제위기에 대한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이명박 정부가 청개구리정권이 아니고는 저럴 수가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월 스트리트의 금융위기가 그 동안 미국이 추진해온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 특히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의 결과라는 점과 관련해, 현재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간의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려는 '포스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기관에 대한 일시적인 국유화 등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자는 그 동안 신자유주의가 추진해온 감세정책과 달리 상위 5%에 대해 세금을 늘려 이를 복지확대 등에 사용하려 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그 동안 소득세에 대해 누진세를 계속 완화해 온 것과 달리 연 소득 1,800만엔 이상의 고소득층에 대해 누진세를 강화함으로써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 강화에 나서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와 경제위기의 원인이 신자유주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완화, 대대적인 감세 등 신자유주의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남들과 반대로 가는 청개구리 정책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한국일보의 '경제원로에게 길을 묻는다' 시리즈가 보여주듯이 박승 전 한은 총재, 김종인 전 청와대경제수석 등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부유층에 대한 감세 대신에 세금을 제대로 걷어 공공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에서조차 이 대통령의 청개구리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내 개혁파를 자처하는 민본 21이 정부의 전면적인 감세안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심각한 후퇴가 가시화된 9월 이전에 만들어졌으니 대기업 법인세, 고소득층 소득세, 종합부동산에 대한 감세를 절반 미만으로 축소하고 복지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규모를 줄여 내년의 전체 감세규모를 이명박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8조3,000억원에서 3조 5,000억원 규모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한나라당의 정책위 위원장인 이한구 국회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이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신자유주의 정책 강화한다니
기가 막힌 것은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와는 정반대로 나가는 청개구리 노릇을 하면서 이 대통령이 "새로운 미국의 변화를 주창하는 오바마 당선자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제기한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명박 정부가 오바마와 이 대통령 간의 유사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변화의 방향이 정반대인데 단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정부의 비전이 닮은 꼴 이라니, 하도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누가 고양이, 아니 청개구리의 목에 방울을 달아 청개구리짓을 멈추게 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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