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존도 "볼" … 채병용 "던질곳 없었다"
한국야구는 2003년 11월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만전에서 일본 심판의 편파판정에 경악했다. 임창용 등 한국 투수는 한가운데 직구마저 볼로 판정하자 당황했고, 9회까지 4-2로 앞서던 경기는 10회 4-5로 뒤집혔다.
당시 국가대표 사령탑 김재박 LG 감독은 "이날 패배로 아테네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게 야구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웠던 순간이다"고 회상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 SK 김성근 감독도 일본 심판의 '장난'에 자존심을 구겼다. SK는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시리즈 예선 최종전에서 대만 대표 퉁이에 4-10으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우승후보 SK는 2점 이내로만 져도 결승에 오를 상황이었지만 예상 밖의 대패에 아시아 정복이라는 꿈이 무산됐다.
SK 선발 채병용은 1-0으로 앞선 4회말 무려 5점을 내줬다. 채병용이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면 일본인 주심 모리 심판은 '볼'이라고 선언했다.
당황한 채병용은 한가운데 직구를 던질 수밖에 없었고, 퉁이 타선은 기다렸다는 듯 홈런 두 개를 포함해 5안타를 퍼부었다. 채병용은 16일 "한가운데 직구를 던져도 스트라이크를 안 주니 던질 곳이 없었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SK는 8회초 정근우의 3루타와 박재상의 적시타로 4-6까지 추격해 결승에 오를 조건을 만들었다. 그러나 믿었던 마무리 정대현이 3점 홈런을 얻어맞는 등 8회말 4실점하더니 끝내 무릎을 꿇었다. 홈런을 맞기 전 정대현은 볼카운트 2-0에서 양선을 헛스윙으로 유도했다. 하지만 모리 심판은 방망이를 휘두르기 전에 양선이 공에 맞았다고 판정했다.
김성근 감독은 "대만이 워낙 잘했고, 우리는 병살타가 4개나 됐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심판 판정에 불만이 없냐고 묻자 김 감독은 "국제대회에는 여러 나라 심판이 나선다. 나라마다 고유한 기준이 있지 않겠느냐? 한국이었다면 삼진이었겠지만 일본 심판은 데드볼을 선언했다. 어쩔 도리가 없다"고 대답했다.
한국야구의 발목을 잡은 대만야구의 뒤에는 일본심판이 있었다.
도쿄=이상준 기자 j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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