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치' 원성진과 '두뇌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강동윤이 올해 명인전 결승 무대 진출권을 놓고 마지막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원성진은 14일 벌어진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동률재대국 첫 판에서 이창호를 192수 만에 불계로 물리쳤다. 원성진은 본선 리그 제44국에서 이창호에게 이겼으면 이세돌에 이어 단독 2위가 돼 손쉽게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패배하는 바람에 이창호 강동윤과 함께 3자동률이 됐다.
하지만 재대국 첫 판에서 이창호에게 앞서의 패배를 통쾌하게 설욕하면서 추첨에서 행운의 부전승을 뽑은 강동윤과 오는 17일 낮 12시부터 맞대결을 벌여 이세돌과 결승 5번기를 벌일 주인공을 가린다.
이창호는 본선 리그 막판에 원성진과 이세돌을 잇달아 물리치면서 명인을 향한 끈질긴 집념을 보였지만 동률재대국 첫 판에서 아쉽게 패배, 내년을 기약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과연 누가 결승 티킷을 거머쥘 수 있을까. 원성진과 강동윤의 역대 전적은 8승3패로 원성진이 우세하다. 강동윤은 한때 원성진에게 6연패를 당한 적이 있으며 지난해 천원전 결승전에서도 2대1로 패했다. 하지만 올해 명인전 본선 리그에서는 강동윤이 원성진을 이긴 바 있고 요즘 두 선수 모두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으므로 단판 승부 결과가 어찌될 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원성진은 지난해 천원전에서 우승, 생애 첫 타이틀홀더가 되면서 구리와의 한-중 천원전에서 2-0으로 완승했고 명인전과 함께 국내 '양대 리그전'으로 불리는 GS칼텍스배서도 최철한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어 도전권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밖에 각종 기전에서 고른 성적을 보여 현재 44승 18패(승률 71%)로 국내 랭킹 7위에 올라 있다. .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 남자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속기의 제왕' 강동윤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강동윤은 특히 며칠전 제13기 천원전 결승 제1국에서 이세돌을 상대로 먼저 1승을 챙겨 최고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47승 16패(승률 75%), 올해 처음으로 국내 랭킹 4위에 올랐다.
■ 이세돌, 초반독주 발판 결승 선착이창호, 마지막 뚝심 물거품으로
본선 리그 9개월 대장정 마무리
2월부터 장장 9개월동안 계속된 제36기 하이원배 명인전 본선 리그는 국내 최대 기전 답게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했다. 지난기 우승자 이세돌이 올해도 초반부터 5연승을 거두며 독주, 일찌감치 결승 진출이 예상됐지만 나머지 한 장의 결승 티킷 향방은 마지막 순간까지 오리무중이었다.
리그 중반까지 6승1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던 이세돌마저 끝까지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하다가 후반에 조훈현 조한승을 잇달아 이기면서 7승2패로 겨우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얼마전 응씨배 준결승전에서 이창호에게 2연패한데 이어 본선 리그 마지막 판에서 또 이창호에게 쓴잔을 마셔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원성진의 활약도 눈부셨다. 원성진은 초반에 이세돌 강동윤에게 패해 상대적으로 부진했으나 후반에 들어 서면서 뒷심을 발휘, 나머지 선수들을 차례로 따돌리고 6승2패를 기록하면서 일찌감치 최소한 동률 재대국을 확보했다. 본선 리그 마지막 판을 이창호에게 지는 바람에 바로 결승으로 직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지만 결국 재대국에서 설욕했다.
강동윤은 운도 좋았다. 강동윤 역시 초반에 3패를 기록했지만 후반 들어 이창호 원성진 등 강자들을 차례로 무찔러 공동 2위 그룹에 합류했다.
그러나 본선 리그 마지막 판에 원성진이 이창호를 이겼으면 자동적으로 결승 진출이 물건너가게 됐는데 다행히 이창호가 원성진을 이겨주는 바람에 어부지리를 얻어 동률재대국이 보장됐다. 게다가 추첨운도 좋아서 행운의 부전승까지 얻었으므로 어쩌면 올해 명인전 최고의 행운아가 될 지도 모른다.
한편 지난해 본선 리그에서 4위를 기록해 올해 예선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이창호는 올해도 리그 초반에 조한승과 강동윤에게 잇달아 패해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중반에 접어들어서는 그동안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던 목진석에게마저 불의의 일격을 당해 일찌감치 3패를 기록하면서 도전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그래도 명인위를 12번이나 제패한 뚝심을 발휘, 리그 막판에 원성진 이세돌을 차례로 꺾고 3자 동률을 만들며 결승 진출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으나 결국 올해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밖에 전기 대회 준우승자 조한승과 3위를 차지한 목진석이 나름대로 선전했지만 중위권에 머물고 말았다. 노장 투혼을 발휘한 조훈현과 재기를 노리던 최명훈, 새로 리그에 진입한 박정상과 최원용도 열심히 싸웠지만 기대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차기 대회 시드는 아직 미정
이창호가 동률 재대국첫 판에서 원성진에 패해 일단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아직 차기 대회 본선 시드가 누구에게 돌아갈 지는 아직 미정이다. 본선 시드는 모두 3장인데 시드 배정 원칙은 동률재대국에서 승수가 많은 사람이 우선이고 승수가 없거나 같을 경우 본선 리그 서열을 따진다.
올해 명인전 본선 리그 서열은 이창호 원성진 강동윤 순이다. 따라서 이미 결승에 진출한 이세돌과 재대국 첫 판을 이긴 원성진이 각각 한 장씩 확보했고 나머지 한 장을 놓고 이창호와 강동윤이 다투는 형국이다.
2국에서 원성진이 이긴다면 강동윤보다 서열이 높은 이창호가 시드를 받는다. 반대로 강동윤이 원성진을 이긴다면 재대국에서 한 판도 못이긴 이창호가 자동 탈락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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