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해 4월 양국 정부간에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놓고 국회가 이를 비준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타결된 지 1년이 훨씬 지났지만 FTA가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쪽과 오히려 나라 발전을 망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과연 FTA가 무엇이고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이처럼 의견이 갈리는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FTA가 뭔가요
FTA(Free Trade Agreementㆍ자유무역협정)는 말 그대로 국가간에 자유무역을 하겠다는 협정입니다. 협정을 맺은 나라 사이에 사고파는 물건을 서로 자국 산처럼 대우하겠다는 국가간의 약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협정을 맺기 전까지 수입품에 부과되던 관세를 면제 또는 대폭 감면해 준다거나 그 동안 수입이 금지되었던 품목들에 대해서도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양자간 교역이 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미 FTA가 발효되면 국산 자동차는 미국 영토 내에서 미국산과 거의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FTA가 양국간에 체결될 경우 양국간 수출입은 국내 거래와 똑같이 취급되므로 양국간의 경제가 어느 정도 통합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FTA를 왜 하나요
먼 옛날에는 한 나라 안에서 모든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자급자족 경제였지만 요즘은 이런 자급자족이 가능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원유처럼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비행기처럼 만들 수는 있어도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가격도 싸고 성능도 우수한 예가 많습니다. 그 대신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반도체 같이 우리가 잘 만드는 상품을 팔아 그 돈으로 필요한 외국 상품을 사오고 있지요.
이렇게만 본다면 모든 나라가 잘 만드는 것은 팔고, 필요한 것은 사 들여오는 자유무역을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랍니다. 각 나라의 처지에 따라 이익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고, 때론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가 고무신을 잘 만든다고 해보죠. 모든 국민이 비교적 가격이 싼 상품인 고무신만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모든 상품을 수입해서 쓴다면 그 나라의 산업발전은 힘들어 질 것입니다. 반대로 첨단 제품을 잘 만드는 선진국이라 해도 첨단 제품만 팔고 농산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면 어느날 상대국이 농산물 수출을 끊을 경우 당장 먹고 살 게 없어지겠죠.
그래서 전세계의 완전 자유무역보다는 처지가 비슷하거나 상호 보완이 가능한 몇 개의 국가들이 모여서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것이 실현 가능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이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 FTA랍니다.
FTA는 어떻게 생겨났죠?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자유무역이 지배하던 세상이었습니다. 전쟁 이후 대공황이라는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게 되자 대부분 나라들이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면서 경쟁적으로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의도와는 달리 보호무역은 전세계적인 교역축소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경기 침체는 더욱 심화됐습니다. 2차 대전 직후 이런 문제점을 깨달은 각국은 모든 나라가 협력해 국제적인 자유무역을 이끌어 가고자 흔히 ‘GATT’라 부르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체제를 출범시켰고, 이는 1995년 ‘WTO’(국제무역기구ㆍ풀어 읽는 키워드 참조) 체제로 확대 개편됐습니다.
GATT나 WTO 주도의 국제 통상협상은 모든 국가가 참여해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다자주의’가 기본원칙이었죠. 그런데 각국이 처한 사정이 다르다 보니 합의에 이르기도 오래 걸리고 종종 합의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1990년대부터 합의 도출이 비교적 쉬운 나라들 간의 FTA가 활발히 체결되기 시작하였고, WTO도 이를 인정하게 됐습니다. 1980년대 2건에 불과하던 세계 FTA 발효 건수는 1990년대 49건, 2000년대 77건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FTA를 체결함으로써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하였습니다. 2002년까지 FTA 체결국이 칠레 한 나라에 불과했지만 그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08년 11월 현재 16개국으로 늘었답니다. 이 중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태국 제외) 등 15개국과의 FTA는 이미 발효 중이며, 미국과는 국회비준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이밖에 유럽연합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과도 협상이 진행 중입니다.
FTA를 하면 어떤 효과가 있나요
FTA의 가장 큰 효과는 관세인하에 따른 수입품 가격 하락입니다. 관세만큼 제품가격이 싸져 FTA 체결국 상품은 상대국 시장에서 FTA가 체결되지 않은 다른 나라 상품보다 훨씬 많이 팔리겠죠.
실제 한ㆍ칠레 FTA발효(2004년)전인 2003년과 2007년을 비교해 보면 칠레산 돼지고기 수입액은 3,000만달러에서 1억2,000만달러로, 와인 수입액은 300만달러에서 2,500만달러로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산 자동차의 대칠레 수출액도 1억6,000만달러에서 6억7,000만달러로 4배 이상 급증했죠. FTA가 양국 산업에는 새로운 수출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싸고 다양한 상품을 가져 다 준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FTA로 값싼 수입품이 밀려들어 올 경우, 경쟁에서 밀린 국산품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과의 FTA의 경우, 농업이나 서비스업 등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처럼 FTA로 인해 특정분야는 이익을 보는 한편 다른 분야에서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어 FTA 추진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어떤 부분을 얼마나 양보하고 다른 곳에서 얼마만큼 받아낼 것인지, 그리고 체결 시 각 산업의 손익은 어떻게 되고 그래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얼마나 이득인지를 따져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협상도 오래 걸리고 협상이 중단되거나 심한 경우 결렬되기도 합니다.
설사 FTA가 체결되었다 해도 끝이 아닙니다. FTA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부문을 설득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거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한미 FTA의 국회비준을 둘러싼 진통은 이런 과정의 하나로 이해할 필요가 있답니다. 국민들도 FTA 후속 대책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눈 여겨 보아야겠습니다.
▦풀어읽는 키워드/ 세계무역기구(WTO)란
불공정 무역행위 중재하는 국제기구
자유무역을 촉진하고 불공정 무역에 대한 중재 기능을 수행하는 국제기구로 2008년 7월 현재 153개국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습니다.
1947년에 창설된 GATT(관세 및 무역에 대한 일반협정)가 전신이며, GATT가 상품교역에 치중하고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상품 외에도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 등까지 교역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국가간 경제분쟁을 조정하거나 판결을 내리기도 합니다.
이따금 'WTO에 제소했다'는 뉴스를 볼 수 있는데요. 이 경우 WTO는 제소된 내용이 WTO협정에 일치하는 지 여부를 판단해 위반국에 시정을 권고하고, 향후 그 이행을 감독합니다. 최근 WTO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D램에 부과한 관세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이에 일본이 관세를 인하하기도 했습니다.
■ 한미 FTA 재협상론 쟁점은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론이 양국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미 FTA 협상은 지난해 타결된 것인데 왜 또 협상이 필요해?"라는 의문을 갖는 독자들도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한미 FTA협정은 지난해 6월 30일 노무현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가 추가협상까지 벌이며 최종 서명하면서 타결됐지요.
하지만 제대로 된 효력을 갖고 실제 적용되기 위해서는 양국 국회가 동의를 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자국 내 산업 보호를 우선시 하는 민주당이 집권하고, 상ㆍ하원에서도 다수당이 되면서 자유무역에 근거한 한미 FTA의 비준이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한ㆍ미 FTA 재협상론의 가장 큰 쟁점은 자동차입니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와 민주당은 자동차 분야에서 양국간의 무역이 지나치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70만대를 수출하는데, 미국 자동차는 한국에 연 5,000대 정도밖에 수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경기 침체로 자체 생존조차 힘들어 긴급 구제금융까지 요청한 상태라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를 외쳐 온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이 모른 척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요.
하지만 한미 FTA 내용을 자세히 뜯어 보면 미국측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지지요. 미국측이 우리 측에 내준 내용을 보면 관세 부문에서 ▦배기량 3,000㏄ 이하 승용차의 관세(현 2.5%) 협정 발효 즉시 철폐 ▦3,000㏄ 초과 승용차 관세의 협정 발효 3년내 철폐 ▦트럭 관세(25%)의 협정 발효 10년내 철폐 및 순차적으로 개방 등 미국 측의 요구안이 대부분 반영된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8%인 자동차 관세를 발효 즉시 모두 철폐하고, 미국산 차의 주종인 고배기량 차에 부담이 큰 자동차세와 개별소비세를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미국산 자동차를 무관세로 들여와 팔게 해준 셈이지요.
또 우리나라로서도 미국측의 재협상 요구를 그대로 들어주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미국차가 일본이나 독일차에 비해 인기가 없는 이유는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얘기지요.
미국이 자동차에 관해 할 말이 많다면 우리도 농산물 개방으로 손해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한ㆍ미 FTA로 우리나라는 쌀을 뺀 거의 모든 품목에서 관세를 없앴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정부는 농산물 개방의 피해액을 10조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1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했을 정도입니다. 또 농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향후 10년간 21조원을 쏟아 붓기로 했지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ㆍ미 FTA로 양국 모두가 적지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재협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노원종 조사역
손재언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