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채권시장에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회사채 거래경색을 풀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는 되려 0.3%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이다. 가뜩이나 거래가 얼어붙어(채권의 인기가 없어) 금리만 치솟는(채권값이 떨어지는)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조치가 오히려 채권의 인기를 더욱 떨어뜨린 셈. 이날 하루 상승폭은 5년8개월 만(국고채 기준)에 최고였고 정부 발표의 의도치 않은'파괴력'은 보통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0.25%포인트) 때보다 더 컸다.
왜 일까. 시장 관계자들은 "정부가 조성한다는 10조원이 시장에는 채권투자금 10조원 감소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융위원회의 계획은 은행, 보험사, 연기금 같은 기관의 출자로 펀드를 만든다는 것. 하지만 스스로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기관이 펀드에 낼 자금을 마련하려면 결국 갖고 있는 국고채 등 채권을 팔 수 밖에 없다는 계산으로 이어졌다.
당연히 그만큼의 채권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테니 채권값은 떨어질(채권금리 상승) 수 밖에 없었던 것.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4일 "펀드 조성자금 중 상당부분은 연기금에서 들어올 것"이라며 시장을 다독였지만 채권 수급에 대한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날 국고채 금리는 0.16%포인트나 더 뛰었다. 정부발표 이후 이틀간 무려 0.46%포인트가 금리가 폭등한 것이다.
시장은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다. 정부나 한국은행의 신규 자금투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그야말로 '아랫돌(국고채) 빼서 윗돌(회사채)을 괴는 꼴'이라는 것이다.
이날 삼성증권은 보고서에서 "한은을 통한 새로운 자금이 아닌 민간부문의 자금을 활용한다는 것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다른 쪽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회사채 사정은 해결할 지 몰라도, 자칫 채권시장 전체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채권안정펀드는 '빅 카드'인데, 정부가 앞뒤도 안 재보고 들어와 적어도 단기간 효과로는 의미를 완전히 잃었다"고 평가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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