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14~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금융위기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가 내세우는 불참 이유는 "미국 대통령은 한 명이고, 지금은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는 것. 당선자 신분으로 각국 정상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최악의 위기에 빠진 세계 경제를 치유하기 위한 자리인 만큼 한가하게 의전을 따질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끌 차기 대통령이 아니라 퇴임을 불과 2개월여 남긴 '저무는' 대통령이 다른 19개국 주요경제국 정상을 모아놓고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하는 지적이다. 이 점에서 정상회의가 합의를 이루는 자리가 아닌 정상들의 의지를 확인하는 '맥 빠진 만남'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오바마 당선자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데니스 맥도너는 14일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짐 리치 전 하원의원이 오바마 당선자를 대신해 각국 대표단과 비공식 접촉을 할 것"이라며 "초당적인 협력 차원에서 인선이 이뤄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6년 12월 여성 최초로 국무장관에 임명됐고,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외교자문역을 맡았다. 짐 리치 전 의원은 2006년 중간선거에서 낙선할 때까지 30여년간 공화당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초당적인 인사로 이름을 날렸다.
오바마 당선자가 '대통령은 하나'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회의에 참석하는 게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작용했으리란 분석이다. 차기 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이 유력한 로버트 깁스 선거캠페인 대변인은 "오바마의 불참이 어색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가 참석하는 게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보좌관들도 대선이 끝난 지 불과 며칠만에 이 같은 대규모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인선과 정책을 가다듬는데 눈코 뜰 새 없는 오바마 당선자에게는 반갑지 않은 일"이라며 시기적으로 "어색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장은 "부시 대통령이 오바마를 옆에 앉혀놓고 그가 동의하지 않는 제안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오바마가 바로 일어나서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암묵적 동의로 비칠 위험을 감수하고 침묵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불참 결정은 옳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오바마측은 유세과정에서 G20 회의 개최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선거 직후로 시기를 잡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었다"며 불편한 입장을 내비쳤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오바마측이 이번 정상회의를 '자연스럽게' 취소하거나 최소한 연기하기를 희망했다"고 12일 전했다.
전문가들은 물론, 백악관도 회의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모리스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후임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떠나는 대통령이 들어오는 대통령을 제한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니 프래토 백악관 대변인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금융시스템을 감독하고 쇄신할 실무그룹을 정하는 것"으로 회의의 목적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의에서 부실 모기지 채권의 해소와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등 구체적인 대책은 논의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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