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또 뉴스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두고서다. 자신이 현안을 언급할 때마다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졌음을 잘 알 텐데도 연 이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한미FTA를 밀어붙여놓고 이제는 한미FTA 재협상론을 설파하고 있다. 대단히 어색하다.
물론 입장 변화의 근거를 제시했다. 상황 변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논리적으로도, 정치적으로 타당성 있게 들리지 않는다.
그가 제시한 상황 변화는 세계 금융위기다. 그러나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표면화했고, 그 이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제 와서 금융위기를 근거로 들이미는 건 염치없는 책임회피로 비쳐진다. 만약 재임 막바지까지 소리 높여 주장한대로 17대 국회에서 비준안이 처리됐다면 지금 무슨 얘길 했을지 궁금하다. 본인 말대로 “금융위기가 협정 체결 후에 발생했으니 책임이 없다”고 했을까.
노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다는 점도 지적할 대목이다. 원칙적으로야 전직 대통령이라도 현안에 대해 논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원로라면 이 발언이 우리 정치에 도움이 될지, 갈등만 야기할지를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노 전 대통령이 나서자 한나라당과 보수층은 그에게 화력을 집중, 여야 구도가 흐트러지고 있다. 특히 ‘선(先) 대책 후(後) 비준’의 야권 논리를 매우 옹색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주변 인사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하는 것이 불필요한 정치공방을 막는 길이 아닐까.
정치부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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