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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권자의 차이와 지도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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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유권자의 차이와 지도자의 차이

입력
2008.11.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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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여러모로 다르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이 껄끄러웠던지 청와대가 급히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의 유사점이라는 것을 찾아냈지만 발가락이 닮았다는 식이다. 정치적 기반이나 지향하는 가치 심지어 개인적 삶의 이력이나 방식에서도 다른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이 됐으니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당황하거나 아쉬웠을 것이다.

비록 1년 먼저 대통령을 뽑았지만, 이 대통령에게 몰표를 몰아준 한국의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며 두 나라 유권자의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새삼 실감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뽑은 지도자와, 미국이 선택한 지도자가 다르다고 해서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다가 미국이, 미국 대통령이 세계의 표준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1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은 한국의 지도자를, 미국은 미국의 지도자를 뽑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만 보기에는 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것은 이번 미국 선거에 즈음하여 세계 여론이 오바마의 당선을 너무나 절실히 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BBC 등이 선거 이전에 여러 나라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오바마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 미국과 껄끄러웠던 중동, 중남미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형식적인 환영이 아니라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를 희망하는, 과거 미국 대선 때는 보기 드문 적극적인 환영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힘 자랑에 그만큼 질렸기 때문이다. 뚜렷한 명분 없이 전쟁을 일으켜 인명을 살상했으며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다른 나라들도 그 아수라장에 동참하기를 강요한 미국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런 요구에 가장 잘 응한 나라의 하나였다.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서는 그런 시대를 바꿔보자는 세계인의 요구가 쏟아졌고 미국 유권자는 투표로써 그것을 수용했다. 적어도 결과적으로는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와 미국 유권자의 생각이 일치한 것이다.

오바마는 변화를 공식 슬로건으로 내걸고 2년 가까운 선거운동기간동안 줄곧 변화를 주창했다. 한국도 지난해 말의 대통령 선거, 올해 4월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마다 변화를 외쳤다. 그러나 한국의 선택은 오바마식 변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의 유권자가 밀어준 정치 세력은 오바마가 아니라, 세계인이 그토록 바꾸고자 했던 부시에 가까웠다. 그렇게 탄생해서인지 한국의 여당은 오바마가 밝힌 정책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하지만 오바마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겠다고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건강보험의 민영화에 관심이 많지만 오바마는 공적 건강보험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을 조장하는 엘리트 교육을 밀어붙이지만 오바마는 공교육의 개혁을 추진하려 한다.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의 정책에 또 다른 변화가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이렇게 상반된 두 지도자를 바라보면서 우리 유권자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특히 부시 정권을 추종했던 한국의 친미 정치인, 관료, 교수, 언론인, 기업인, 종교인들이 부시와는 성격이 다른 오바마의 당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박광희ㆍ국제부 차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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