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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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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예비군

입력
2008.11.14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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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 입은 대학생들이 학사촌을 점령한 것 같다. 예비군들은 최대한 불량한 자세로 몰려다닌다. 술집들이 내무반이라도 된 듯하다. 우리들도 그랬었다. 예비군 훈련을 받은 날이면, 집에 가서 발 닦고 잘 생각은 아니하고, 캠퍼스 잔디밭이나 학사촌을 쏘다니며 무법자들처럼 활개를 쳤다. 선배들도 그랬고 후배들도 그랬다. 군복을 다시 입으니 야수가 되었다. 예비군이던 시절 최고의 악몽은 또다시 입대해서 졸병부터 다시 복무하는 꿈이었다.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다. 예비군 훈련은 악몽 속과는 달라서 소풍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그래도 다시금 군바리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갑갑함을 느끼게 하고, 때문에 훈련이 끝나면 전역날과도 같은 해방감에 젖어서, 어떻게든 만끽을 해야 속이 시원한 걸까? 어쩌면 단순하게도 오로지 전우애로 똘똘 뭉쳤던 군대시절처럼, 똘똘 뭉쳐 스트레스를 풀어보겠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예비군들은 가장 힘든 사람들이다. 죽어라 학점을 채우고 있거나 시험 준비 중이거나 헐값 취직을 했거나 취직 전쟁 중이거나 대책도 없이 부유하고 있거나. 20대 중후반의 청년들인 것이다. 올해의 예비군들은 더욱 힘겨울 테다. 일자리가 너무너무 부족하다! 그렇다면 저 예비군들은 조국의 배은망덕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건가?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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