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만 야간 개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박물관도 밤이 깊도록 문을 열고, 좀더 많은 '밤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악회나 연극 등에서 낮 공연을 뜻하는 '마티네(matinee)' 문화가 자리잡았다면, 박물관에서는 '수아레(soiree)' 문화가 새롭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수아레는 '야간 흥행(파티)'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밤 시간에 이뤄지는 문화 행사를 가리킨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5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30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수요일밤의 특별한 만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셔틀버스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박물관을 찾는 직장인들을 태운다.
단순히 교통 편의만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요즘 열리고 있는 '가을, 秋-유물 속 가을 이야기' '마음을 담은 그릇, 신안향로' 등의 전시를 직접 기획한 큐레이터들과 만나 설명을 듣는 '큐레이터와의 대화'에도 참가할 수 있다.
모두 야간 관람객들만을 위한 특별 서비스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평일 오후 6시면 문을 닫지만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직장인들을 비롯해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는 워킹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데이트를 즐기고자 하는 연인 등 하루 200~300명 정도가 꾸준히 야간개장을 이용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낮 시간에 비해 밤에 찾아오는 관람객들의 태도가 훨씬 진지하고 집중도도 높다"면서 "큐레이터와의 대화에서는 질문이 너무 많이 쏟아져 30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도심에 위치해 직장인 관람객들의 비율이 높은 서울역사박물관은 매일 밤 9시까지 문을 여는데, 요일마다 다른 야간 전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화요일의 '아빠와 함께 하는 전시 체험'은 부모 그룹과 자녀 그룹으로 나눠 각각 전시 설명을 해준 뒤 서로에게 재설명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평소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아빠와 자녀들의 호응이 높다. 이밖에 영화 상영, 갤러리 토크, 음악회 등 야간에 이뤄지는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을 어렵고 먼 곳으로 생각하는 직장인들에게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야간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야간개장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자연스럽게 가족 단위의 전시 관람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 박물관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야간개장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국립 경주, 광주, 전주, 대구, 김대, 제주, 진주박물관은 토요일마다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하고 있고, 청주와 공주, 춘천, 부여박물관 등은 한 달에 한 차례씩 야간에 문을 연다. 미술관 가운데는 서울시립미술관이 평일 오후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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