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바에 월가 출신 실직 금융전문가 500여명이 모였다. 구직자 신분임을 알리는 핑크색 형광 팔찌를 착용한 이들은 인력업체 관계자들에게 이력서와 명함을 경쟁적으로 건네며 새 출발을 모색했다.
해고통지서를 가리키는 '핑크슬립(pink slip)'에서 유래한 핑크슬립파티다. 구직자와 인력업체 관계자들이 만나 가볍게 술을 마시며 일자리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로 2000년대 초반 벤처 산업이 붕괴할 때 열렸다가 최근 다시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구직자에게 돌아온 것은 "당분간 사람을 뽑지 않겠다"는 대답뿐이었다.
감원 한파가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금융계뿐 아니라 자동차, 통신 등 전 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이미 전세계 금융업 종사자 15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추가 감원 바람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 모건스탠리가 증권전문가 10%를 추가 감원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10%를 감원키로 했으며 씨티그룹은 2만3,000명, 메릴린치는 5,7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회사 볼보는 스웨덴 및 북아메리카 전동 장치 공장 근로자 1,000명을 줄이기로 했고 통신장비 제조업체 노키아지멘스 네트워크는 핀란드와 독일 사업장에서 1,82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도요차 자동차는 6, 8월 규슈공장 파견직 800명을 감원한데 이어 500명의 재계약을 보류해 내년 3월말까지 3,000명 가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케이블 운영회사 버진 미디어가 2012년까지 전체 인력의 15%인 2,200여명을 감원키로 결정했다. 중국에서는 르자오(日照)철강이 최근 사무직 근로자에 이어 생산직 근로자의 감원을 단행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감원 한파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기침체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는 13일 1주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실직자가 389만 7,000명으로 1983년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 상무부는 9월 무역적자가 전달 대비 4.4%가 감소한 565달러로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액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유가 하락과 소비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원유 수입 부문을 제외하면 9월 무역적자는 356억달러로 전달의 337억달러보다 늘었다. 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는 감원이 더 확대될 수 있다며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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