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일본도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강화에 나선다. 부유층 세금을 집중적으로 깎아주고 있는 우리나라의 감세정책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일본 자민당은 소비세 증세와 함께 고소득자 과세를 강화하는 ‘양극화 시정 세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2일 보도했다. 단일 세율(현 5%)인 소비세를 올리면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고소득자 과세 강화로 이를 완화하려는 계산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조세제도조사회는 내달 중순까지 향후 소비세 증세 여부와 일정, 고소득자 과세 강화 방안 등을 담은 중기 계획을 만들 방침이다.
앞서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총리는 지난달 말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하면서 “경기 상황을 주시하면서 3년 후에는 소비세 인상을 하고 싶다”고 밝혔지만 소비세 증세에 대해선 서민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자민당은 서민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40%인 소득세 최고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세 최고세율은 연 과세소득 1,800만엔 이상인 고소득층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부유층에 대한 증세전략으로 평가된다. 또 누진세 체계를 계속 완화해온 종전의 세제개편방향에서 180도 선회하는 것이다.
자민당은 대표적 ‘부유층 세금’인 상속세도 과세 최저한도인하나 최고세율 상향조정을 검토 중이다. 현재 상속세 부과 최저한도는 5,000만엔이며 법정 상속인이 1명 늘어날 때마다 1,000만엔 가산하고 있다.
자민당은 대신 기업지원을 위해 법인세는 낮추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일본은 국세와 지방세를 합쳐 기업이 부담하는 조세 비율이 외국보다 높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경감해 주기 위한 조세특례조치법 도입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경기 회복 대책으로 국민에게 일률 지급키로 한 총 2조엔 규모의 생활지원정액급부금의 1인당 지급액을 1만2,000엔으로 잠정 확정했다. 18세 이하와 65세 이상에게는 8,000엔을 추가로 지급한다. 하지만 부유층에도 지원금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연 소득 1,800만엔 이상의 고소득 가구는 지원금 수령을 자진 포기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미국의 오바마 당선자도 부유층 소득세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6개 소득등급 중 상위 2개 등급의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특히 현재 35%인 최고세율을 39.6%로 대폭 상향조정한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아울러 상속세 완화방침도 백지화하는 한편, 저소득층 소득공제 항목을 신설하고 연 소득 5만달러 이하 고령자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완전 면제해준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이 같은 부유층 증세기류는 대대적 감세, 특히 소득세 상속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유층 관련 세금을 대폭 깎기로 하고 관련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우리 정부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감세법안에 대한 국회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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