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말에도 일하는 '투 잡(two job)' 공무원들입니다."
새로 조성된 공원을 "시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며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공무원들이 모여 만든 경기 수원시 조경혁신동아리가 수원시의 휴식공간을 알차게 바꿔나가고 있다.
수원시 공무원들이 동아리를 만든 것은 2006년 9월. 공원을 개장할 때마다 "입구 위치가 잘못됐다" "주차장이 너무 멀다"는 등 민원이 속출하자 아예 시민이나 다름없는 조경분야 비전문가들을 참여 시켜 기획단계부터 민원발생소지를 없애자는 취지였다.
동아리를 만들겠다고 공고를 내자 토목 건축 도시계획 등의 기술직 분야는 물론, 행정 지적 선박 등 전혀 무관한 직렬의 공무원 포함 70여명이 참가 신청했다. 이들은 조경이나 원예에 관심이 많거나 산을 좋아한다는 공통된 취미가 있었다.
다양한 분야의 공무원이 참여한 효과는 금새 나타났다. 공원녹지 분야 전문가들의 획일적 사고방식이 아닌 시민입장에서의 다양한 견해가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시민들이 단순한 공원보다는 테마공원을 원한다고 보고 '3대가 함께하는 어린이공원' '박지성공원' '광교수경공원' '영흥공원 계수나무 길' 등 재미가 있는 공원을 잇따라 기획했다.
매년 1,2개씩 들어서는 '3대가 함께하는 공원'에는 출근하기 전 아빠 엄마를 위해 산책, 체력단련기구를 갖춰 놓았다. 낮 시간대 어르신들을 위해서는 만남의 광장과 쉼터, 방과후 어린이들이나 유치원생을 위해서 놀이터, 야생화전시장 등을 갖춰 놓았다. 이 때문에 이들 공원에서는 아이와 부모, 어르신들이 함께 쉬는 모습을 늘 볼 수 있다.
지난해 완공한 망포동 '박지성공원'에도 이들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축구가 주제이다 보니 공원 내 그라운드를 상징하는 원형 잔디밭을 만들었고 박지성의 발 조형물 2개를 설치했다. 박지성을 우상으로 생각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체력단력기구와 포토존도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연무동 광교수경공원은 실용성이 돋보인다. 광교저수지 둑 바로 밑에 조성한 수경공원은 낙차가 17m나 된다는 점을 이용해 전기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도 벽천, 분수터널, 물레방아 등을 가동하고 있다. 절약한 전기료만 연간 7억원에 달한다는 평가다.
이들은 특히 최적의 공원조성을 위해 1년 동안 거주하고 있는 동네 공원의 토질, 수목, 기온, 산성도 등을 조사해 314쪽에 달하는 '수원시 식생도감'을 자체 제작했다. 전문가들이 해도 힘겨운 식생도감을 자체 제작한 것은 이들이 처음으로 300부를 토지공사, 주택공사, 대학, 조경업체에 전달했다.
하지영(31ㆍ공원과)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것도 주로 휴일을 이용해 작업하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책을 조경업체에 전달할 때 관계자로부터 '믿기 어렵다'는 찬사를 받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원계획이 수립되면 퇴근 후 따로 만나 토론을 벌인다. "화장실과 배드민턴장이 너무 가까워 빗물이 튈 우려가 있으니 배드민턴장을 옮기자" "아파트 통로와 공원 통로가 어긋났다" "주차장에서 바로 들어가는 통로를 연결하는 게 낫겠다" 등 난상토론이 벌어진다. 수시로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수원시 오기영 공원팀장은 "동아리의 검열을 거친 공원은 민원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편리성을 동시에 갖추다 보니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응이 크다 "고 자랑했다.
이들은 이밖에 아파트 관리인들을 위한 '조경관리자반 교육', 산을 깎아낼 때 유익한 미생물이 많은 표토층을 따로 모아 재활용하는 '표토관리시스템', 공원 시설물을 전산 관리하는 '녹지GIS' 구축 등 다양한 사업도 기획했다.
동아리에 조언을 하는 경희대 김신원(환경조경디자인전공)교수는 "이들의 아이디어와 열정, 실력은 이미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가끔 이들로부터 참신한 착상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올해 한국조경학회가 주최하고 국토해양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등이 주관해 2년마다 시상하는 대한민국조경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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