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12일 오후 글로벌 경기침체 탈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모임은 실물 침체가 본격화한 이후 첫 번째 정례 회의여서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회장단은 정부의 체계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부 기업의 부도사태가 우려된다는 판단 아래, 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실천 과제들을 집중 논의했다.
■ 내수 활성화 위해 자금지원 절실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발표문에서 현 경제 상황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재계 나름대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와 금융기관의 적절한 수혈(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기업들의 줄도산도 우려된다는 진단이다.
실제 신용등급이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은행권은 내부 유동성 부족을 이유로 신규대출 중단은 물론,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마저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회장단은 ▲일시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자금지원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수출입 금융목적의 외환공급 ▲기업의 외환차입에 대한 보증 확대를 주문했다.
재계는 이와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계열사 분할이나 통합 등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이미 많은 기업들이 '효율' 중심의 사업구조를 모색하고 있다.
회장단은 아울러 수출에 총력을 기울여 외화 확보에 적극 나서는 한편, 해외투자 최소화와 원자재 국내 조달비율 확대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달러를 줄이기로 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으로 내수가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 발표 이후 지방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수도권 규제완화로 수도권 공장의 신ㆍ증설이 가능해지면 새로운 투자 및 고용 수요가 발생, 지방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등 선순환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이승철 전무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서민경제 활성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상생경영이 모두 한꺼번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며 "재계가 합심해 내수 부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어려운 때일수록 '따뜻한 시장경제'
회장단은 정부에 대한 지원책 요구에 앞서 저소득 계층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침체기에는 소외계층이 더욱 힘들기 때문에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재계는 이를 위해 저소득층 밀집지역, 농어촌, 농공ㆍ산업단지 중 육아시설이 부족하거나 열악한 지역에 향후 5년간 50개소의 보육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올 연말까지 시범지역 3곳을 선정해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사회공헌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전경련 측은 "보육시설은 미래 인적자원인 저소득층 영ㆍ유아에 대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취약계층 여성의 취업기회를 확대해 경제성장의 걸림돌인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강조했다. 전경련은 지방순회간담회를 확대해 중소기업의 경영애로 해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낄만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조석래 회장은 "경제 상태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만큼 경쟁력을 높이면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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