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정치지형이 펼쳐지고 있다.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져도 야당의 지지가 오르지 않고 여당 내 또 다른 세력에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희한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야당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30%에 그치고 있고 그 이전 10%대로 추락한 적도 있었지만, 그 어느 경우나 야당은 지지도 20%의 고개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꾸준히 35% 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참여정부 때는 대통령 지지도가 여당 지지도보다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한나라당 지지도가 이 대통령 지지도를 웃돌고 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야당을 지지하지 않고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가서 여전히 여권 울타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11월5일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도는 32.4%, 한나라당 지지도는 36%였으나 민주당은 18.7%에 그쳤다. 6월 촛불 정국 당시 이 대통령 지지도가 17%로 추락했을 때도 민주당은 19.7%에 불과했다.
이 같은 야당의 실종상태는 무엇 때문일까. 형식 논리로는 민주당의 의석수가 83석으로 한나라당(172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힘을 쓸 수가 없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논리는 그야말로 면피주의에 불과하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안부근 디오피니언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의 실종은 인물과 정책 두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 있는 스타가 없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쟁점에서 대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상무는 "대다수 정당은 먼저 핵심 지지기반을 확보한 뒤 지지층을 넓혀가는 전략을 택하는데 민주당은 핵심 지지층도 다지지 못했다"면서 "그 이유는 차별화한 정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맞서는 축이 민주당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시민단체나 박근혜 전 대표가 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하용 경희대 교수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제3의 길'을 제시해 노동당의 활로를 찾고 리더로 떠올랐다"면서 "민주당도 변화된 환경에서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면서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의 실종은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이런 상황은 자칫 제도권 밖의 투쟁을 촉발시킬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여당에도 마냥 즐거운 구도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존재감 부각은 정치 정상화를 위해 대단히 시급한 과제라는 데 정치학자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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