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2일 남북 간 육로 통행 차단을 경고하고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부 폐쇄, 남북 직통전화 통로 단절을 통보하는 등 남북관계를 단절하는 조치들을 잇달아 취해 현 정부 출범 후 경색돼온 남북관계가 중대국면에 처하게 됐다.
북측은 이날 오전 장성급 군사회담 대표단장인 김영철 중장이 남측 수석대표 권오성 소장에게 보낸 전화통지문을 통해 "내달 1일부터 1차적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한 모든 육로 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북측은 이런 조치의 이유로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괴뢰당국의 반공화국 대결 소동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북측의 통보가 당장 남측의 개성공단 출입을 막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실제 행동에 돌입하겠다는 통첩 성격이 강하다.
북측은 특히 이날 저녁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판문점 적십자연락대표부를 폐쇄하고 북측 대표를 철수시키며 판문점을 경유한 모든 남북 직통전화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가 유럽연합(EU)과 일본 등이 주도한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이 1971년 처음 남북적십자회담이 이루어진 이래 단절을 공식 언명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북한은 또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달 12일 북핵 검증 관련 북미 합의에 대해 "검증 방법은 현장 방문, 문건 확인, 기술자들과의 인터뷰로 한정된다"고 밝혀 시료채취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핵 검증은 시료 채취를 포함한 실증적 규명 절차(forensic activities)를 따른다는 미국측 입장과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북측의 육로통행 차단 통보에 대해 통일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남북관계의 후퇴를 초래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또 "북한이 관심을 갖고 있는 6ㆍ15, 10ㆍ4 선언의 이행을 위해 현실적인 기초 위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며 일부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고 판문점 직통전화 단절에 대해서는 "상황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중앙언론사 논설실장단 오찬간담회에서 "기다리는 것도 때로는 전략"이라고 말해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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