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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화냐 단절이냐 선택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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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화냐 단절이냐 선택 강요

입력
2008.11.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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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2일 남북 간 육로 통행 제한, 직통전화 단절 등 남한을 압박하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북측은 10월 이후 여러 차례 남북관계 차단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번 구체적인 카드를 내놓았다. 특히 이날 저녁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 단절을 통보하는 등 남북관계 전면 차단 경고를 행동에 옮길 태세고 과거에도 자신들의 주장을 대부분 실행에 옮겨 왔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위기 지수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북한 군부가 이날 남측에 통보한 전화통지문에는 "위임에 따라 12월 1일부터 1차적으로 육로 통행을 제한, 차단한다"고 돼 있다. 여러 조건을 붙인 것으로 볼 때 당장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평소 군부가 관할하던 군사분계선 통과 절차를 더 까다롭게 하겠다는 예고로 해석된다. 특히 다음달 1일까지라고 시한을 둠으로써 남은 20여일 동안 남한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하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통보를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북한은 지난달 2일 남북군사실무회담에서 대북 전단지(삐라) 살포 문제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개성공단 폐쇄와 남북 통행 제한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이후에도 노동신문 등을 통해 현 정부의 6ㆍ15, 10ㆍ4 선언 이행 의지를 문제 삼고 남북관계 전면 차단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날도 "역사적인 두 선언에 대한 남조선 괴뢰당국의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가 최종적으로 확인됐다"며 쉽게 물러날 기세가 아니다.

특히 북한 조선적십자회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북 직통전화 채널 중단을 밝힌 것도 문제다. 북측의 직통전화 단절 이유는 정부가 최근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에 참여한 사실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이라는 주도적 역할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후 10년 만에 들어선 이명박 정부의 보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였던 만큼 북한의 반발도 거센 것이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통보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6ㆍ15, 10ㆍ4 선언 이행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이전에는 10ㆍ4 선언과 관련, "선언 이행에 관한 문제를 협의하자"는 표현을 썼지만 이날 발표에서는 "선언 이행을 위해"라며 조금 더 이행 쪽에 무게를 뒀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ㆍ15, 10ㆍ4 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북남 화합과 대결,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두 선언은 북측이 중시하는 사안인 만큼 대화의 여지도 엿보인다. 또 북한의 통보 이후 남한의 대북정책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을 열어 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북한의 통보에 대해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등 아직도 정권 핵심은 대북관계에서 경색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미 관계 개선에 치중하고 있는 만큼 남북관계 단절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12일 북미 간 북핵 검증 합의에 대해 "시료 채취는 합의한 적 없다"는 식으로 나서면서 상황이 꼬여가는 분위기다. 남북이 강공 대 강공으로 맞서는 치킨 게임이 이어질 경우 12월 이후 개성공단 출입 인원 제한, 폐쇄 등으로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부는 결국 남북관계에서 바닥을 보자고 하는 것 같은데 북한보다 한국 국민이 더 많은 피해를 본다"며 "대결과 대립의 한반도 신냉전 체제를 원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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