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격랑의 11월을 보내고 있다. 이병순 사장 취임 후 인사폭풍이 불더니, 이번에는 구조조정 움직임과 12일 가을개편안 발표로 다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수신료 인상 문제와 추락하고 있는 시청률 제고 등도 눈앞의 현안이다.
■ "구조조정 불가피"
이병순 KBS 사장은 10일 오전 이례적으로 팀장급 이상 200여명을 불러모아 비상경영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은행 차입금도 올해 1,800억원을 넘어서고 내년엔 자본금 규모에 육박하는 2,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임창건 정책기획센터장은 "KBS 시청 점유율이 30%대로 떨어지는 반면 케이블은 약진을 거듭해 KBS를 거의 따라잡을 정도"라며 "재무구조 악화로 KBS의 금고는 오래 전부터 큰 구멍이 뚫려 있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많은 직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어서 이를 함께 인식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거대조직으로 비판받아온 KBS의 구조조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내부기능의 자회사 이관, 신규인력 충원 축소 등으로 인건비를 낮추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고대영 보도총괄팀장은 "특파원 1명당 1년 경비가 30만 달러에 이르는 만큼 특파원 통합과 감축을 검토해 해외 제작비를 동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상경영 대책회의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전망이 KBS 내부에서는 지배적이다. 임원들의 임금과 상여금을 반납하고 방송 보조인력을 축소하자는 의견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노조 등에서 아직 구체적 반응은 안 나왔지만 "어떤 결과가 빚어질지 우려하는 직원들이 많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일일드라마 폐지·사극 축소
KBS가 12일 발표한 가을개편안(17일 시행)은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구책으로 해석된다. 유명 외부 진행자들을 대거 걷어내고 저녁시간 일일드라마(2TV)를 폐지하며, 제작비 부담이 큰 대하드라마를 연 1회 제작으로 못박는 등 전반적으로 비용 절감에 무게를 뒀다. '아시아 투데이' 등 해외 제작이 필요한 프로그램에도 과감히 메스를 댔다.
한 관계자는 "고비용 프로그램을 줄이고 외부 진행자를 배제함으로써 약 1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면서 "사극 축소와 몇몇 프로그램 폐지로 KBS 자체의 경쟁력을 잃는 리스크를 감수했다"고 말했다.
KBS는 이날 개편안에서 그간 논란이 돼온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를 각각 '시사360'과 '미디어 비평'으로 이름을 바꾸고 방송시간도 변경했다. KBS는 "뉴미디어 시대의 사회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기존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PD와 기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개편 과정에서 회사측이 제작진과의 사전 논의 없이 밀어부쳤고, 정치적 이유에 의한 개편이라는 비판이다.
프로듀서협회와 기자협회는 연일 개편을 반대하는 천막농성과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점차 투쟁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여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하는 KBS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덕재 KBS프로듀서협회 회장은 "제작진이 다 바뀌고 프로그램 명칭도 변경된 것은 폐지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KBS의 편성과 개편이 정권의 방송, 관영방송으로 가는 위험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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