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모 고교 3년생 A(18)군은 지난해 중순 체육관에서 알게 된 선배의 주선으로 매달 100만원을 주고 고급 양복까지 맞춰준다는 꾐에 빠져 폭력조직에 가입했다.
조폭영화 등을 보면서 '조직'에 호기심을 가졌던 A군에게 '형님'들은 "밑바닥 생활부터 해야 한다"며 붕어빵 장사를 시켰고, A군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장사를 했다. 하루벌이 6만~7만원에서 재료값과 사업자금 명목으로 '형님'들이 챙겨가고 남은 돈은 5,000~1만원의 교통비가 전부였다.
A군은 장사를 하는 틈틈이 '형님'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와 조직의 행동강령 등을 교육 받았다. '인사는 90도로 숙여 박력있게 한다' '선배를 쳐다볼 때는 턱 아래에 시선을 둔다' '자리를 비울 때는 항상 보고한다' '부모의 상 이외에는 집합에 빠지지 않는다' '전화는 칼맞은 상황이라도 받는다' '하극상은 일벌백계한다' 등의 내용이었다.
A군은 조직생활이 힘들어 이탈을 시도하다 1월 중순 부산 수영구의 한 체육공원에 집합해 야구방망이로 속칭 '줄빳따' 40대를 맞았고 조직을 탈퇴하려면 100대를 더 맞아야 한다는 '형님' 말에 숨어 지내왔다.
결국 최근 경찰의 조폭 단속과정에서 풀려나 1년여 만에 집으로 돌아온 A군은 "조폭에 대한 호기심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별 생각없이 가입했으나 너무나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며 뒤늦게 후회했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2일 고교생과 재수생들을 조직원으로 가입시키고 인근 주점을 상대로 보호비 등을 뜯은 '광안칠성파' 폭력배 18명을 붙잡아 두목인 강모(36)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6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군처럼 '새끼 조폭'으로 가입해 조직 생활을 익혀온 고교 3년생과 재수생 등 9명을 불입건, 보호자에 인계했다.
경찰 조사결과 '광안칠성파'는 세력 보강을 위해 학교와 학원 앞에서 '월 100만원 수입, 고급 양복 제공' 등의 문구가 적힌 명함을 뿌려 이를 믿고 찾아 온 싸움 잘하는 '짱' 출신을 조직원으로 영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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