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과자 좋아하세요? 좀 드셔보세요. 아주 맛 있어요."
"정말이니? 그럼 어디 한번 먹어볼까. 음, 좋은데…. 그래도 다음부터 책 반납 날짜는 꼭 지켜야 한다, 알았지? 다음부턴 과자로 안 통한다."(웃음)
도서 반납일을 넘긴 초등학생의 애교어린 뇌물(?) 공세에 마음씨 좋은 도서관장 선생님의 표정이 이내 밝아진다.
충북 진천군 백곡면 구수리에 있는 백곡초등학교 내 '잣 고을 책 사랑방' 도서관. 전형적인 농촌 초등학교 한 켠에 자리잡은 허름한 도서관이지만, 이 학교 아이들(전교생 57명)이 가장 많이 찾는 아지트이기도 하다.
수업 시간 외에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 후에도 늘 아이들로 북적댄다. 산간 벽지 아이들이 활자의 마술에 이끌려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사랑방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부터 아이들 얼굴이 확 달라집니다. 교실에서 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다소 긴장했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돈다고 할까요. 그렇지만 표정들은 누구보다 진지하답니다." 사랑방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안상숙(44) 명예도서관장은 아이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지금은 아이들의 쉼터이자 마음의 안식처로 자리잡았지만, 이 사랑방을 만들기까지는 적지 않은 고충이 뒤따랐다. 백곡초등학교는 도서관 설립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3년간 각고의 노력을 경주한 끝에 2007년 4월 충북 진천교육청의 특별 예산을 받아냈다.
그런데 지원금 규모가 도서관에 필요한 기자재 구입만 가능할 정도로 작아, 정작 필요한 도서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마을 주민들과 교직원들이 사랑방을 채울 도서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 '헌 책 모으기 운동'을 벌인 결과,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500여권을 기증 받았지만 장서를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주민들의 지극 정성이 통한 것일까. 발을 동동 구르며 해법 찾기에 골몰하던 2007년 9월, 이웃 상신초등학교가 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2005년 11월부터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함께 도서보내기 운동을 벌여온 인터넷업체 NHN이 이 같은 소식을 접하곤 '잣 고을 책 사랑방' 개관(2008년 2월)에 맞춰 3,000권의 도서를 흔쾌히 기증했다.
이후에도 NHN은 정기적으로 헌 책을 신간으로 교체해주는 등 주민들과 학생들의 지식 및 정서 함양을 위해 꾸준한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NHN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백곡초등학교의 안타까운 사연을 널리 알렸고, 그 결과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밀려와 보유장서가 7,000여권에 달할 만큼 풍족해졌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80%가량은 부모가 이혼하거나 외지로 돈 벌러 떠나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필요한 애들이 많은 거지요. 다행히 사랑방 덕분에 아이들 성격도 많이 활발해지고 학교 분위기도 활기를 되찾았어요."
이 학교 졸업생(1963년)이기도 한 백곡초등학교 조만상(57) 교장은 사랑방이 들어선 이후 달라진 학교와 아이들 모습을 이렇게 전했다.
학교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아이들 성적도 크게 향상됐다.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김은영(34) 교사는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서 수업시간에 집중력이 향상돼 성적이 많이 올랐다"며 "진천군에서 열리는 백일장이나 영어, 컴퓨터(PC) 경진대회에 나가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랑방은 이웃 마을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안상숙 관장은 "교통환경이 좋지 않은 벽지 마을인데도, 학년별 권장 도서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인근에 사는 중ㆍ고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사랑방이 자녀들의 교육 걱정을 덜어주는 한편, 농사일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입을 모은다. 조병순(50)씨도 사랑방의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는 수혜자의 한 사람이다.
"아이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한번 사다 주려면 하루에 몇 번 드나들지 않는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가야 하니,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닙니다. 이제 사랑방 덕분에 이런 걱정을 많이 덜었죠. 주민들도 농사일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자주 빌려본답니다."
실제 사랑방에는 위인전, 동화책 등 아동용 도서뿐만 아니라,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농업 등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도서가 비치돼 있다.
사랑방 덕분에 주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저학년으로 갈수록 입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의 존폐 여부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 수 있어요. 마법사도 되고 여왕도 되지요. 이제 몇 개월 후면 졸업이지만, 우리 사랑방이 오래오래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동생들이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했거든요." 6학년 이여진(13)양의 떨리는 목소리에선 간절함이 묻어났다.
■ NHN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비즈니스와 사회공헌을 별도 영역으로 분류하지 않고 병행하는 '사회공헌적 비즈니스'를 추구한다. 인터넷 업체답게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사회공헌 활동을 온라인에서도 시도하고 있다.
또 NHN과 네티즌, 사회공헌 단체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자와 기부대상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나눔의 민주화'를 실천하고 있다.
NHN은 우리 사회 기부 문화 활성화와 공익단체의 재정 안정을 위해 2005년 7월 '아름다운 재단'과 공동으로 온라인 기부 포털 '해피빈(http://happybean.naver.com)'을 열었다.
해피빈은 NHN의 네이버와 한게임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자연스럽게 기부 활동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온라인 사회공헌 사이트이다. 지금까지 약 196만명의 네티즌이 해피빈을 통해 총 89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NHN은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함께 전국 산간벽지와 농ㆍ어촌의 마을 도서관 92곳에 약 25만권의 책을 지원했으며, 이동도서관인 '책 읽는 버스' 4대도 운행하고 있다. 독서 문화의 확산을 통해 가치 있는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NHN은 또 기업 메세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오프라인 문화 행사를 후원하고 있고, 각종 산학 프로그램 지원을 통해 전문가 육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사내 카페인 '해피빈 카페테리아'의 수익금을 불우이웃 돕기에 100% 사용하고, 직원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 후 지정 단체에 전달하는 사내 기부자 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최휘영 NHN 대표는 "인터넷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네이버 및 한게임 서비스와의 다양한 연계를 통해 기업, 네티즌, 공익단체 등과 함께 하는 기부체험 활동 활성화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과 계층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천=허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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