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부실 저축은행을 서둘러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 악화를 초래할 항구적인 추가 감세는 신중해야 하며, 금리는 점진적으로 내릴 것을 주문했다. 내년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3.3%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12일 발표한 ‘2008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정, 통화, 금융정책 추진 방향을 제안했다.
KDI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금융 부문의 뇌관으로 꼽았다. 향후 부동산 시장과 실물경기 동향에 따라 PF 대출에서 상당 규모의 부실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총대출에서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말 현재 24%로, 연체율이 14.3%에 달하는 만큼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KDI는 “PF 대출로 부실화되는 일부 저축은행을 구조조정한다고 해도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재정 정책에 대해서는 항구적인 추가 감세에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단기적 경기 둔화는 내수진작 효과가 감세보다 큰 일시적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단, 당분간 경기 연착륙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의 기본 방향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경기 하락을 완충하기 위해 목표금리 수준을 점진적으로 내리는 통화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내년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4% 내외)는 물론 삼성경제연구소(3.6%) LG경제연구원(3.6%) 한국경제연구원(3.8%) 등 대부분 민간연구소보다 낮은 3.3%를 전망했다. 내수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상반기에는 물가 상승, 자산가치 하락, 고용 악화, 민간소비 둔화 등에 따라 성장률이 2%대 초반(2.1%)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내년 경상수지는 86억달러 흑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 설비투자 증가율은 1.9%를 전망했다.
현정택 KDI 원장은 “지금은 성장률 전망 자체보다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이 유동성 경색, 중소 건설사 위기 등 각종 리스크를 딛고 제대로 굴러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세계 경기의 하강 강도만 놓고 보면 1, 2차 오일 쇼크 당시와 다름 없으며 어쩌면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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