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의 기존 정책에 대한 극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정부 역할 확대를 통한 사회복지 정책 강화, 균등한 분배, 환경문제 강화 등이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 중 보건복지 정책의 변화는 의료보험 강화와 공적연금의 보장성 유지로 요약된다.
핵심은 의료보험제도 개혁이다. 가입자 보호, 포괄적 급여 제공, 공공보험 미가입 저소득층을 위한 조세감면, 가입절차 간소화, 가입자가 원할 경우 이동 허용 등이 골자다. 힐러리처럼 공적 의료보험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민영 의료보험의 확대 유인을 통한 사각지대 축소를 추구하고 있다.
핵심 정책은 의료보험제 개혁
특히 소기업이 부담하는 의료보험료의 50%까지 조세 감면을 공약하고 있다. 대신 기업은 종업원의 의료보험료 지급 의무를 지도록 한다. 이러한 정책을 통하여 중소기업의 의료보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와 근로자에 대한 직장 의료보험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와 같은 공적 의료보험제도가 없고 민영 의료보험을 기본 축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 노인을 위한 메디케어 제도를 두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반면 의료보장 사각지대의 인구가 4,500만 명(15%)이나 된다. 의료보험제도 개혁의 배경에는 이러한 점들이 있다.
오바마는 사회보장제도(공적연금)의 민영화에도 부정적이다. 공적연금 재정의 불안정성을 알리되 사회보장세(연금보험료)는 인상하지 않고 고소득자(25만 달러 이상)에게 2~4%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여 재정 안정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령연금 수급 연령 연장에 반대하고, 기업의 퇴직연금에 대한 의무를 강조했다.
고용에 기초한 퇴직저축계정에 대한 접근성 보장과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노인에 대한 소득세 폐지도 사회복지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중산층의 노후저축 유인을 높이기 위해 일정 소득 이하인 사람들을 지원하는 개인퇴직저축계정 도입과 기업의 개인퇴직저축계정 불입 의무도 주장하고 있다.
오바마는 양극화, 사회적 관용의 상실, 의료보험 등 복지시스템의 붕괴, 에너지 위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부시정권 8년 동안 잘못된 것들을 고쳐나가자고 한다. 그 해법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뉴딜은 단순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며 경제를 회복시키면서도 소득 불평등을 극적으로 줄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소득세 증세를 통해 부자들과 근로자들의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미국을 중산층 중심 사회로 만들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도 지출만 확대해선 안돼
우리나라도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중산층 붕괴현상을 경험하였다. 아직도 그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로 새로운 경기침체의 불안에 놓여 있다. 복지시스템의 근본적 개혁 없이 복지지출 확대만으로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정책으로 확인됐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케인스가 복권될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유주의 리더인 미국인들이 오바마를 통해 루스벨트 시대를 회상하고 있다는 것은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을 보다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언급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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