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하루 종일 북한의 강도 높은 대남 파상 공세가 이어졌다. 2006년 7월의 무더기 탄도미사일 발사를 방불케 하는 연타 공세였다. 북측이 공언했던 남북관계 전면 차단 위협이 현실화하는 국면이다.
이처럼 중대한 상황에 처해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어설프기 짝이 없다. 그제 밤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지만 변변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회의 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정도였다. 어제 국방부가 서해지구 군 통신망 정상화 자재를 제공하겠다는 통신문을 북측에 보낸 것도 그렇다. 전날 군사분계선 육로통행을 엄격히 제한, 차단하겠다고 통보해온 북측이 이런 수준의 제의에 응할 리 없다.
북측이 자신들에게도 손해가 분명한 강경조치를 취해가며 요구하는 핵심은 체제위협 활동 중단이다. 6ㆍ15와 10ㆍ4선언 이행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를 갖자면서도 실제로는 삐라 살포 등 '반공화국 소동'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 건강 문제와 관련해 급변사태 대책을 공공연하게 논의하는 일도 체제 부정과 위협으로 받아들여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37년 동안이나 이어져 왔던 판문점 적십자 직통전화를 폐쇄한 조치는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겨냥했다. 이 역시 남측이 자신들의 체제를 부정하고 압박하는 근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어제 북한의 대남 강경 조치들이 '통미봉남'을 겨냥한 것처럼 얘기한 것도 잘못 짚었다. 북측이 정말 통미봉남을 의도한다면 미국과의 긴장 고조를 의미하는 북핵 시료채취 거부를 들고 나설 리 만무하다.
돌이키기 어려운 남북관계 파국을 바라지 않는다면 사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먼저다. 북한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압박과 굴복의 대결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의 위기상황을 풀어갈 수 없다. 민간단체의 삐라 살포 문제도 최선을 다했다는 발언으로 그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보다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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