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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30주년…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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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쏘공' 30주년…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 출간

입력
2008.11.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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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 오빠는 화도 안 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그래 죽여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단편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마지막 부분)

올해로부터 꼭 30년 전, 한 노동자 가족의 비극적 가족사를 우화적 방식으로 묘사하며 공해, 노동, 철거 문제 등 압축성장시대의 그늘진 현실을 폭로했던 조세희(66)씨의 연작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난쏘공'으로 애칭되는 이 소설집의 출간 30년을 기념하는 문집 <침묵과 사랑> (이성과힘 발행)이 나왔다.

20편의 글이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실려있다. 1부에는 문학평론가 권성우, 철학자 홍윤기, 역사학자 한홍구 등의 평론, 2부에는 '역사와 인간이성'(김우창), '대립적 세계관과 미학'(김병익), '난장이론-산업사회의 형식'(김윤식) 등 기존에 발표된 난쏘공에 관한 대표적 평론이 묶여있다. 3부에는 난쏘공과 작가 조세희씨에 얽힌 최윤, 김영현, 김선우씨 등 작가들의 추억담이 모였다.

1부의 글들은 난쏘공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의 당대성을 주목한다. 권성우씨는 "발표된 지 삼십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갔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난쏘공에서 제기되었던 수많은 문제가 엄존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악화되고 있다"며 "조씨는 문학의 윤리적 책무와 사회적 과제에 대해 그 어떤 작가보다도 진지하게 고뇌했던 소설가로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한홍구씨는 "그 당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경제성장을 거둔 오늘, 사회적 불평등이 당시보다 훨씬 심화됐다"며 "이 책이 전하고자 한 정신은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지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선우 시인은 '책과 밥을 훔치는 것은 죄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대형서점에서 난쏘공을 훔치다가 발각돼 반성문을 썼던 자신의 '백수처녀' 시절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김씨는 난쏘공은 "소설이었고 사회과학서였고 종종 시집이었다"며 자신의 문학적 자양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소설가 김영현씨는 투옥됐던 감옥에서 난쏘공을 보고 "처음에 무슨 동화책인가 생각했다"고 추억하며 "어떤 사회학적 보고보다도 더 정확하게, 어떤 경제학 책보다도 더 날카롭게, 그리고 어떤 문학보다도 더 뜨겁고 아프게 당대의 삶을 기록"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작가 조세희씨는 11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 오랜만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아무도 안 쓰니까 내가 쓰자는 생각에 썼다"고 난쏘공 집필 당시를 회고했다.

조씨는 난쏘공 이후 장편소설 <우주여행> (1983), 사진산문집 <침묵의 뿌리> (1985)를 내고는 긴 세월 침묵해 왔다. 그는 "글 쓰는 것은 싸움과 같다"며 "난쏘공 말고는 그 싸움에서 내가 진 것, 난 침묵을 즐겁게 받아들였다"며 작가로서 긴 침묵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14일 오후 5시 교보생명빌딩 대강당에서는 연극배우 조재현씨와 소설가 이혜경씨가 난쏘공의 주요대목을 읽어주는 낭독회가 열린다. 작가 조씨도 행사 후반부에 자신의 미완성 장편인 <하얀 저고리> 를 낭독할 예정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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