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특징은 '변별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 수능이 성적표에 등급 외에도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표기하는 점수제를 병행하게 되면서 전 영역에서 사고력과 종합적 이해 능력을 중시하는 까다로운 문항들이 많이 등장했다.
난도가 높았던 수리와 외국어(영어) 영역은 변별력 강화의 대표 주자격이다. 이남렬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교육연구사는 "이제는 수능이 더 이상 단순 암기와 정보 확인 능력 측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올해 상위권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에서 수능은 합격 당락을 판가름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언어영역
전반적인 난도는 지난해와 비슷했다. 제재별 문항 수와 배점(1~3점) 등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비문학 분야에서 지문의 길이를 예년보다 4~5줄 줄여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준 것이 특징이다. 단 15ㆍ17ㆍ45번 등 시각적 자료의 정보를 이용한 문제는 독해 및 종합적 추론 능력을 요구해 중ㆍ하위권 학생들이 다소 당황했을 수 있다. 김인봉 서울 잠실여고 교사는 "문제 유형이나 제시문 등은 익숙한 형태였지만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섞여 있어 변별력이 꽤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듣기에서는 라디오 방송, 강연, 대화 등 다양한 유형의 담화를 활용해 언어 사용의 실재성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문학은 <나뭇잎 하나> 를 제외하고 <임의 침묵> , <박씨전> 등 눈에 익숙한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작년에 이어 이례적으로 극문학( <홍파> ) 문제가 출제됐지만 9월 모의수능에서 다룬 적이 있어 기출 문제를 충실히 풀어 본 수험생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홍파> 박씨전> 임의> 나뭇잎>
수리영역
점수제 수능의 위력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지난해 너무 쉽게 출제돼 등급제 무용론까지 불러 일으켰던 수리 '가'형의 난도 상승이 단연 두드러졌다. 9월 모의수능보다도 까다로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많은 수험생들이 시간 부족을 호소했다. 수리 '나'형도 비교적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으나 고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돼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이 커질 전망이다.
새로운 형태의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가'형 벡터(20ㆍ25번), 공간도형(24번) 문항 등 복합적 사고력을 요구하거나 확률과 로그를 합친 '단원 통합형'('나'형 20번) 문항이 2, 3개 가량 등장해 모의 수능의 출제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곽기호 진학사 수리영역 강사는 "인문ㆍ자연계 공통인 행렬의 진위 판별 문항에서 보듯, 예년과 다르게 복합 단원의 지식을 묻는 경향이 뚜렷해져 수험생들이 피부로 느끼는 난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어(영어)영역
수리 영역과 마찬가지로 상위권의 변별력 확보에 힘쓴 흔적이 엿보였다. 11ㆍ26ㆍ27ㆍ45번 문항 등은 단순한 독해 능력보다 문맥과 핵심 내용에 대한 추론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유형이다. 어휘 수준도 높아져 해석에 시간이 많이 걸린 중ㆍ하위권의 점수 하락 폭이 커질 전망이다.
장문 독해(49,50번)의 경우 유형의 변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2년간 출제됐던 핵심 쟁점에 대한 추론 문제 대신 어구의 의미와 빈칸의 내용을 파악하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였다. 듣기는 속도가 느리고 발음도 명확하게 나와 문제 풀이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문법도 품사의 용법 등 기존 출제 경향을 그대로 따랐다. 유병화 고려학력평가연구소 평가이사는 "올해 영어 시험은 지문이 길어지고 유추 능력이 유난히 강조돼 어휘나 논리력이 부족한 수험생은 낮은 점수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탐구영역
사회탐구는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 국사, 한국근ㆍ현대사 등 역사 과목군이 비교적 까다로웠다. 전자발찌, 외환 시장의 환율 변동 등을 다룬 문제가 최근 시사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과학탐구는 과목별로 편차가 있어 올해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ㆍ불리 논란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 개념ㆍ원리의 응용 능력을 묻는 문제가 주류였다. 지구과학Ⅰ과 화학Ⅰ에서 각각 소재로 삼은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바이오 디젤 등은 참신했다는 평이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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