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견(異見)이 잦다. 한동안 자제하던 감정적 언사들도 꺼내놓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을 양분한 친(親)이명박, 친(親)박근혜계의 얘기다.
최근 대표적인 현안인 수도권 규제완화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를 두고 친이, 친박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당내 비판은 박근혜 전 대표가 "선후가 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 힘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지방 출신이 많은 친박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고 비판하는 모양새다.
당내 한미FTA 비준 신중론의 발원지도 친박 진영이다. 11일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의 한미FTA 조기 비준 방침에 브레이크를 건 이들은 친박 김학송 유승민 의원이다.
이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는 있다. 따지고 보면 양측이 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견이 소화되지 못한 채 바닥에 깔린 계파 갈등과 버무려 지는 게 문제다. 상호작용을 하며 갈등의 온도만 한껏 올려놓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비판하자 친이 핵심 공성진 최고위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촛불시위 때는 (이명박 대통령을 돕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발표하니까 왜 이런 소리를 하냐"며 비판한 게 대표적이다. 친이는 친이대로, 친박은 친박대로 불만이 쌓여간다. 한 친박 인사는 "당 주류가 겉으로는 화합을 얘기하지만 말 뿐"이라며 "각종 인사에서 경선 당시의 박근혜 캠프 경력은 과거 여당 경력보다 더 기피사유"라고 말했다.
여전히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불화는 결국 172석 거여의 무기력증으로 이어진다. 권영세 의원은 12일 한 인터뷰에서"당의 절반은 움직이지 않는 반신 불수상태"라고 했다.
친이 주류의 당 장악력은 눈에 띄게 많이 떨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그렇다.
그러다 보니 마음 급한 친이 진영은 최근 내부 결속 다지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 동안 공개활동을 자제하던 '이 대통령의 직계'안국포럼 멤버들은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회동을 가졌고, 일단 취소되기는 했지만 이상득 의원과의 만찬 회동도 추진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양측 대충돌은 필연적이다. 정가에선 그 시점을 지방선거와 전당대회가 있는 2010년으로 꼽기도 한다. 물론 더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
주류측 한 의원의 얘기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나 이상득 의원이 자기 식구들을 챙길 시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친박 인사들을 만나야 한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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