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가'형 문제가 9월 모의평가때보다 더 어려웠어요. 영어도 까다로운 문제들이 많아 지난해보다 전체적으로 10점은 떨어질 것 같아요."
13일 서울 대치동 휘문고에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재수생 박모(19)군은 한숨을 쉬었다. 박군은 "지난해 서울 중위권 대학 공대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는데 올해는 더 낮춰서 지원해야겠다"고 힘없이 말했다.웃는 표정으로 시험장을 나선 학생은 보기 힘들었다.
이날 수능 문제를 접한 학생들은 교시별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쉬운 영역과 어려운 영역이 극명하게 갈린 탓이다.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이 끝났을 때만 해도 수험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문제가 대체적으로 평이했기 때문이다. 오모(18ㆍ서울 세화고)군은 "언어영역 점수가 잘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모(18ㆍ서울 풍문여고)양도 "공룡 발자국과 보폭을 보고 초식, 육식공룡을 맞추는 문제 때문에 시간을 많이 뺏겼지만 크게 어려운 문제는 없었다"며 "지문도 한용운의 <님의 침묵> 등 익숙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님의>
그러나 2교시 수리영역 시험은 상황이 180도 달랐다. 시험을 치른뒤 점심시간을 맞은 수험생들은 낙담한 표정이 역력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특히 그랬다.
윤모(18ㆍ서울 중대부고)군은 "'가'형과 '나'형 모두 모의평가보다 어려웠다"면서 "특히 '가'형의 함수 부분이 까다로워 시간이 빠듯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상위권 학생들은 "일부 까다로운 문제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는 반응들이었다.
3교시 외국어영역 시험도 많은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작년 수능에 비해 부쩍 어렵게 출제된 탓이다. 중위권 성적인 경기 S여고 정모(18)양은 "지문을 읽고 주제를 맞추거나 빈칸을 채우는 문제가 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박모(18ㆍ서울 풍문여고)양도 "지문에다 보기까지 길어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소연했다.
평소 외국어 영역 시험에서 만점을 받는다는 김모(18ㆍ계성여고)양은 "일부 지문은 이해하기 어려워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며 "하지만 EBS 수능방송과 교재에서 접한 문제가 다수 출제돼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탐구 영역은 과목별로 1~2문제가 생소하고 까다로웠지만 전반적으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는 게 학생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일선 교사들은 올해 수능이 일단 변별력 확보에는 성공했다는 의견을 보였다. 신동원 휘문고 교사는 "점수제 환원으로 대입시에서 수능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변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리 영역을 중심으로 까다로운 문제들이 다수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금수 중대부고 교사는 "올해 입시에서는 수리 영역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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