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난쏘공'과 '광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난쏘공'과 '광장'

입력
2008.11.14 00:14
0 0

거의 모든 중ㆍ고등학교가 독서목록을 내놓는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아이들에게 그 중 한 두 권 골라 독후감을 써오라고 한다. 그 목록에 예외 없이 들어가는 두 소설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과 최인훈의 <광장> 이다. 학교 뿐 아니다. 어떤 이름의 청소년 독서리스트에서도 빠지는 법이 없다.

아예 두 작품을 지정해서 감상문을 써오라는 학교도 있다. 게다가 <난쏘공> 은 올해에도 희곡형식으로 변형돼 대학수학능력문제로 나왔다. 아이들로서는 이래저래 읽지않을 수 없다. 가능하면 하루라도 빨리, 그래도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학교 때.

▦1978년에 출판된 <난쏘공> 은 200쇄를 넘기며 100만부 판매기록을 세웠고, 1961년 단행본으로 나온 <광장> 도 100쇄를 넘긴지 오래다. 출판계가 아무리 불황에 신음해도 매년 3만권에서 많게는 7만권까지 팔린다. 30년과 48년이 됐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다. 꼭 청소년들 덕분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부정도 못한다. 일단 청소년 독서목록에 오르면 판매가 달라지니까.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난쏘공> 과 <광장> 은 '문학'이 아니다. 결코 쉽지 않은 숙제(독후감)와 대학입시를 위해 읽어야 할 수험서 일 뿐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니라, 공부라고 생각하니 즐거울 수가 없다.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반응이 많다. 도대체 왜 이 소설을 읽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무슨 내용인지, 뭘 말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우리 선생님이 전교조이기 때문에 이런 책들만 읽으라고 한다는 아이들까지 있다. 물론 재미있게 읽고, 감동을 느끼고,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들은 똑똑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며 나머지는 아니라는 극단적 이분법은 위험하다. 작품이 가진 문학성이나 아이들 수준과도 크게 상관없어 보인다.

▦한국문학에서 <광장> 과 <난쏘공> 이 차지하는 자리에 대해서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출판된 <난쏘공> 30년 주년 기념문집 <침묵과 사랑> 에서 누구는 아직도 식지않은 사랑의 이유를 단단한 문제의식과 단아한 문체라고 했고, 누구는 증오를 통한 사랑의 은유라고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현재성일 것이다. 모습만 다를 뿐 소설이 직시한 이데올로기와 빈부(계급)문제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우리의 '고민'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요즘 아이들은 그 고민조차 때이른 독서로 강요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