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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명에 사기 피해 안겼던 '굿모닝시티' 14일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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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명에 사기 피해 안겼던 '굿모닝시티' 14일 개장

입력
2008.11.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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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를 힘들게 버텨 여기까지 왔어요. 앞으론 웃을 일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개장을 이틀 앞둔 12일 오후 서울 을지로6가 '굿모닝시티' 쇼핑몰 지하2층. 수입품 가게 단장에 분주한 설태석(48), 야마모토 마키코(48)씨 부부의 표정에는 설렘과 걱정이 교차했다. 사기분양 피해자들이 똘똘 뭉쳐 공중분해 될 뻔한 쇼핑몰을 살려내 문을 열게 됐지만, 극심한 불황 탓에 앞길도 순탄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설씨 부부는 결혼 7년 만인 2002년 집 장만을 위해 모아둔 1억6,000만원을 굿모닝시티에 투자했다. 부인 야마모토씨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병상에 계시던 일본의 친정아버지가 손녀를 위해 보내준 돈까지 보탰다.

그는 "돈을 날린 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인사동, 동대문 등을 오가며 일본인 상대로 통역과 옷가게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며 눈물을 비쳤다. "6.6㎡(2평) 남짓한 이 가게는 우리 세 식구의 마지막 희망이에요."

"내 점포 하나 가져보겠다"는 소박한 꿈에 쌈짓돈까지 털어 넣었던 3,400여 서민 계약자들을 나락으로 내몰았던 굿모닝시티 쇼핑몰이 우여곡절 끝에 준공돼 14일 드디어 문을 연다. 대표 윤창렬씨의 횡령 등으로 회사가 부도난 지 5년 5개월 만이다.

당시 3,700억원의 계약금을 떼인 피해자들은 하늘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윤 대표에게서 '검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들의 집과 검찰, 법원 등을 쫓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계약자협의회를 결성해 굿모닝시티 살리기에 나섰다.

법정관리를 끌어내고 1,700억원의 공사자금을 모아 2005년 5월 건물 공사에 들어갔다. 연면적 9만2,206㎡에 지하 7층, 지상 16층으로 완공된 쇼핑몰 건물의 구석구석에는 5년 여를 이 악물고 버틴 서민들의 피눈물과 한숨, 땀이 배어있다.

30년을 전업주부로 살다 처음으로 3,500만원을 투자했다 날린 이정자(64)씨는 "남편 몰래 투자를 했는데 하필 같은 시기에 남편이 심한 간경화를 앓아 지금껏 그 사실을 숨기고 혼자 마음 졸여왔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살던 집을 팔아 넣은 1억6,000만원을 떼였던 서숙희(60ㆍ여)씨는 "남편과 노후대책을 위해 고심 끝에 투자를 결정했는데 사기 당한 사실을 알고는 단 하루도 발 뻗고 잠을 잔 적이 없다"면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살 길을 찾아 뛰었지만 지난 5년 반 동안 들어간 돈도 적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자들 가운데 끝까지 남은 사람은 80% 가량인 2,900여명. 얼떨결에 계약자협의회 회장을 맡아 회생을 이끌어온 조양상씨는 "당시 누님도 8,000만원을 투자했는데 마음 고생만 하다 쇼핑몰 개장을 보지 못하고 지난 3월 암으로 돌아가셨다"면서 "그동안 유명을 달리한 30여 분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꼭 쇼핑몰을 개장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랜드 오픈' 잔치를 앞둔 이들은 여전히 가시방석이다. 이제 시작인데, 불황의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12일 현재 수입품 매장인 지하 2층에서 의류 매장인 지상 3층까지 층별 490여개의 점포 가운데 목 좋은 곳을 중심으로 40~50개 정도만 인테리어 공사를 마쳤다.

1층 숙녀복 매장에 입점하는 김모(40ㆍ여)씨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현재 입점률이 76%라고 하지만 실제 개장일에 맞춰 문을 여는 점포는 50%도 안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6층 피혁 점포를 분양 받은 서숙희씨도 "입점을 앞둔 사람들이 경기 탓에 입점을 해야 할 지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5년 5개월을 그렇게 버텨왔듯이, 서로 등을 토닥이며 애써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양상 회장은 "지난 시간의 역경과 시련이 지금의 굿모닝시티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며 "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올라인(All Line) 전략, 새로운 디자이너 발굴 등으로 기존 패션 쇼핑몰과 차별화 해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겠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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