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에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관련 기사를 읽던 중에 기사에 딸린 사진에 그가 참모들과 정권 인수를 위한 첫 번째 회의를 하기 위해 어깨에 맨 두툼한 가방 속에 애플의 맥북이 들어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노트북에는 과연 어떤 정보들과 오고 간 이메일, 연락처가 들어있을 지가 궁금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단순한 암기력 보다는 얼마나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보관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고 있다.
이미 시시각각 변하는 엄청난 정보를 모두 외우는 것은 인간 기억력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 최신 정보를 신속하게 업데이트하는 동시에 기존에 확보된 데이터와 비교하면서 빠르게 새로운 지식 체계를 갖추고 그에 따른 판단과 실행 여부가 개인이나 기업 모두의 경쟁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개인을 둘러싼 컴퓨터(PC)와 휴대폰,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웹하드, 블로그, 카페 등 수많은 정보기기와 웹 서비스들을 얼마나 능수능란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개인의 지능과 사회적 지위가 다르게 평가되고 결정된다.
최근 '다크 나이트'로 스타덤에 오른 천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메멘토'에는 10분만 지나면 그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는 단기기억상실을 앓고 있는 주인공 레너드가 등장한다. 사라진 기억을 되찾기 위해 그는 온 몸에 문신으로 메모를 하고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시간 역순으로 진행되는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파악한 진실이 얼마나 왜곡됐는지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종종 PC나 소프트웨어가 말썽을 일으켜 그 동안 모아놓은 이메일을 통째로 잃거나 휴대폰에 저장된 수많은 연락처를 날려버리거나 PC 고장으로 하드디스크의 정보를 날리면 기억상실증에 버금가는 정신적 공항에 시달리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최고의 엘리트가 된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우리 자신을 확장 시키는 새로운 분신인 디지털 데이터를 만들고 지키고 활용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김종래 IT칼럼니스트 jongra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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