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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오바마-부시 정권이양 벌써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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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오바마-부시 정권이양 벌써 '파열음'

입력
2008.11.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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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와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10일 백악관에서 만난다. 곧 물러날 대통령과 새롭게 백악관 주인이 될 당선자가 4일 대선 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는 공식적인 자리이다. 신ㆍ구 지도자의 첫 만남에서는 원만한 정권이양과 경제위기 타개 협력이 대화의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오바마 당선자를 만나기로 하는 등 예우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금까지 7차례 부시 대통령을 만났지만 오벌 오피스 방문은 처음이다. 모임에 앞서 양측은 건설적이고 구체적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밝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여러 정책 측면에서 서로 입장이 다른 데다 오바마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 관계도 썩 호의적이지 않아 상당히 어색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10일 전망했다.

무엇보다 오바마 당선자측의 2차 경기부양책에 백악관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의회를 통과한 7,000억달러 구제금융 프로그램외에도 추가적인 실물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백악관과 정부는 구제금융안이 시행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추가적인 부양책은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권교체를 둘러싼 갈등도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당선자측이 줄기세포 연구금지나 미 연안석유개발 등 부시 정부의 행정명령 200여개를 폐기 대상으로 지목하고 내년1월20일 취임 직후 실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팀 공동의장은 "취임 후 부시 정부의 정책을 즉시 뒤엎겠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 측을 자극했다.

오바마 당선자측은 1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 불참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명분은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이라고 하지만 전임 정부의 실정으로 초래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회의에는 굳이 얼굴을 내밀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거절로 읽힌다.

인간적 면에서도 둘 사이의 간극은 깊다. 오바마는 자서전 <담대한 희망> 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 직후 백악관에서 의원들에게 행한 연설을 회상하며 "평소 친숙한 부시의 태도는 사라지고 선동적이고 교조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권력이 초래하는 현실과의 격리 위험성을 실감했다"고 적었다.

새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오바마에게 부시대통령은 "이제부터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실수하기만 기다릴 것"이라며 "조심하라"는 충고를 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격렬한 상호비방 선거전을 치룬 직후 이뤄지는 대통령과 당선자의 만남은 크고 작은 신경전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식 날, 떠나는 빌 클린턴 대통령은 부시와의 단독 티타임에 10분 늦게 나타났다. 평소 시간관리에 엄격한 부시 당선자에게는 상당히 불쾌한 일이었다.

당시 클린턴이 플로리다의 석연치 않은 선거 결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앨 고어 부통령의 입장을 배려해 의도적으로 지각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1980년 레이건에게 패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당선자와의 만남에서 자신의 현안 설명에 대해 레이건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자 분노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엔 카터 대통령이 마지막 임무로 심혈을 기울이던 이란 미 대사관 직원인질 사건에 대해 레이건 측이 책임을 나누고 싶지 않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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