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대란이 시작됐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면서 여기저기서 구조조정에 의한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여보, 회사에 무슨 일 없죠?" 하는 걱정이 남의 일이 아니다. 가장 불안한 사람들은 힘없는 기간제 비정규직들이다. '쌍용자동차 비정규직 350여명 우선 해고'에서 보듯 이미 불안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인력은 줄여야겠는데 정규직은 노동법과 단체협약 등으로 쉽게 내보내지 못하니 비정규직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 근무기간 2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부담이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이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도리어 그들을 내모는 결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9월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30%인 501만 5,000명이나 된다. 전년 동월 대비 5만4,000명 줄었으니 언뜻 반가운 현상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대부분 정규직 전환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시간제근로자(일용직)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9월에도 일용직이 3만7,000명이나 증가했다.
더구나 내년 7월부터는 100인 미만 영세기업들까지 이 법을 지켜야 한다. 자연히 정규직 전환이나 재계약보다 해고가 훨씬 많을 것이고, 그에 따른 사회갈등과 불안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부가 10일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연장을 2년에서 3,4년으로 늘리는 법의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공식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궁극적인 대안은 아니다. 노동계의 비판처럼 오히려 기업의 고용이나 해고에 악용될 우려도 있지만, 당장 닥친 대량 실업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는 물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많게는 2배 가까이나 차이 나는 임금, 각종 복지에 대한 차별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어떤 수단을 쓰든 비정규직 문제 해결도, 비정규직제를 통한 노동유연성 확보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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