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9시55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입찰 개시 5분 전이지만 법정은 의외로 한산했다. 200여 좌석에는 60여명만 앉아있어 빈 자리가 듬성듬성했다. 투자자들의 웅성거림도 거의 없어 적막감까지 감돌았다. 법정 출입문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던 경매업체 관계자는 "2,3개월 전만 해도 좌석을 못 잡고 서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정도로 법정이 미어터졌는데 최근에는 확 줄었다"고 말했다.
"지금부터 11월 6일 공개입찰을 개시하겠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경매절차 시작을 알리는 법원 집행관의 말이 떨어졌다. 그러나 입찰표를 받기 위해 법대 앞으로 나가는 사람은 30여명뿐이었다. 나머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경매정보지를 들여다 보거나 추이를 관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30분 가량 지나 뒤늦게 도착한 투자자는 "사람 진짜 없네"라고 혼잣말을 내뱉기도 했다. 경매시작 1시간 만에 입찰이 마감됐지만 투명 입찰함에 든 입찰서류는 바닥에 깔리는 수준을 겨우 면할 정도였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부동산은 모두 36건. 대부분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노른자위' 지역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이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경매물건 가운데 투자자들이 응찰한 물건은 모두 14건. 단독 입찰 5건을 제외하고 42명이 9건의 '알짜배기'에 입찰가를 써냈다. 나머지 22건은 응찰자가 1명도 없었다.
법원 집행과 관계자는 "그래도 오늘은 성적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엔 66건 가운데 고작 11건에 30명만 응찰해 매각율이 20%대 이하로까지 떨어졌다"며 "2,3개월 전만해도 물건이 60건 이상이면 응찰자가 100명이 족히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경매 신청건수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경기침체 국면 시작 이후 통상 6개월~1년 정도가 지난 뒤에 경매신청이 폭증하기 마련이어서 경매물건이 아직 홍수를 이루지는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찰된 물건은 다음 경매기일로 넘어가는데 한 번 유찰되면 20%씩 기준가가 하락한다. 이날 매각된 물건들도 대부분 2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감정가의 64%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였다. 성북구의 한 주상복합상가는 5차례나 응찰자를 찾지 못하다 감정가(2,300여만~3,500여만원)의 33%를 약간씩 웃도는 수준(830여만~1,200여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날 유찰된 물건들도 다음 기일에는 대부분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서 경매가 시작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경매시장은 흔히 시중 경기의 잣대로 통한다. 호황기에는 감정가의 120~130%로 낙찰되는 게 보통이지만, 요즘은 응찰자가 없어 개찰 10여분 만에 끝나는 경매가 속출하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관계자는 "2, 3번 유찰로 경매시장에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지만 요즘은 그나마 투자자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 "응찰자가 없다보니 낙찰가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매각율과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최근 들어 계속 내리막을 걷는 추세다. 지난달 매각율은 5월과 비교할 때 32.8%에서 21.3%로, 매각가율은 88.8%에서 67.1%로 뚝 떨어졌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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