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건전성 방어와 중소기업 대출 확대라는 두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은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대부분 '매우 어려운 딜레마'라면서도 몇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우선 보증기관 활용이다.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이 리스크 높은 중소기업대출을 늘리는 데는 어차피 한계가 있는 법.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의 리스크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중소기업 보증을 확대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도 보증기관들이 중소기업 보증에 적극 나섬으로써 결국 중소기업 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며 "보증확대가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대책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확고한 원칙을 세우고 신속히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연구원은 "정부의 대책 중 키코(KIKO)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대한 '패스트 트랙' 지원은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기업은행에 대한 1조원 출자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원 대상에 대한 '선별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외환위기 직전처럼 모든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가는 은행까지 부실해질 수 있는 만큼 선별 지원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연일 은행을 압박하고 금감원이 중소기업 대출 만기연장 목표를 수치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자 은행들은 '사실상 무조건 지원하라는 것 같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정부가 지원대상 선별을 위한 개략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은행들이 협의해 구체화하는 식으로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 실장은 특히 중요한 선별 기준으로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들었다.
그는 최근 여론이 기업은 피해자로만, 은행은 가해자로만 묘사하며 질타하는 와중에 일부 기업들은 자산 매각 등 자구노력을 꺼리고 지원만 바라는 도덕적 해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실장은 "한 건설회사는 미분양 아파트의 분양가를 25% 내렸는데, 그 후에도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가격이 높았지만 금방 매진됐다고 한다"면서 건설회사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중은행은 건전성 불안과 유동성 압박 등으로 기업에 지원을 꺼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니 한국은행이 직접 중소기업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이례적인 주장도 나왔다. 전효찬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이 기업어음(CP)을 직접 매입한 것처럼 우량 중소기업 중심으로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하고 한은이 사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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