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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BIS에 발목 대출 기피… 기업들 "피가 말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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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BIS에 발목 대출 기피… 기업들 "피가 말라요"

입력
2008.1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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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년 반 만에 처음으로 10%선으로 떨어지는 등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는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은행들에게 ‘중소기업 대출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은행들의 대출여건은 점점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도 은행만 몰아붙일 것이 아니라, 특단의 별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올해 9월 말 BIS비율은 10.79%를 기록했다. 위험가중치를 감안한 전체 자산에서 자기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간신히 넘는다는 뜻. 이중 국민(9.76%), 씨티(9.50%), 수출입(8.75%) 등 은행 3곳은 10%에도 못 미쳤다. 자본적정성 1등급이 부여되는 10%는 금감원이 우량은행으로 구분하는 기준이며, 8% 아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도록 돼 있다.

이 같은 건전성 악화를 반영, 피치는 이날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무더기로 낮췄다. 전날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던 피치는 산업 수출입 기업 농협 신한 우리 우리금융지주 하나 외환 부산 경남 광주은행 등의 등급전망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국민은행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건전성 지표 하락에 신용등급까지 부정적으로 평가되면서,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 점점 더 움츠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도 여론도 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늘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건전성이 나빠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출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은행들의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말 0.99%에서 1.33%로 급등했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지난해 말 1.10%에서 1.59%까지 올라갔다. 중기 대출이 현실적으로 은행 건전성 악화의 ‘주범’인 셈이다. 때문에 올 여름까지 월 5조~6조원씩 공격적으로 중기대출을 늘려오던 시중 은행들도 금융경색조짐이 일기 시작한 8월 이후엔 2조원 대로 줄인 상태다.

정부는 은행들에게 연일 중소기업대출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도 “중소기업 대출을 하지 않는 금융사에 대해 불이익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의 건전성 형편상 중기 대출이 큰 폭으로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경기상황이 더 악화돼 연체 및 부실율이 상승할 경우 신규대출은커녕 기존대출회수 등 조치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현재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과 여론의 질타 속에 예대상계(중소기업 예금으로 대출금을 상환토록하는 것) 등 이런 저런 궁여지책을 강구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는 어렵고 규모도 중소기업 자금해갈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확대는 은행을 압박한다고 해서 풀릴 사안이 아니다”며 “정부재정으로 신용보증 출연이나 국책은행 출자를 추가 확대하는 등 특단의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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