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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6시간만에 바뀐 장관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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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6시간만에 바뀐 장관 소신

입력
2008.11.1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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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인상 연기한다.”-오전11시

“전기요금 다시 인상한다.”-오후5시

10일 지식경제부가 출입기자들의 휴대폰과 이메일로 보낸 메시지다. 당초 지식경제부는 이날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키로 했다. 7일 오후 열린 전기위원회에서 전기요금을 평균 4.5%(주택용 동결, 산업용 8.1%) 인상키로 한 데 따른 것인데, 당일은 금요일이어서 월요일인 10일로 옮겨 이윤호 장관이 직접 브리핑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발표 예정 시간을 3분 앞둔 오전10시57분, 지경부는 전기요금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지경부는 “환율변동 추이와 영향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이장관의 의견이어서 발표를 연기키로 최종 결정했다”며 “언제 얼마나 인상할 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내ㆍ외신은 이를 긴급 보도했다.

그러나 6시간 후인 이날 오후5시 상황은 180도로 바뀌었다. 이 장관이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키로 번복한 것이다. 지경부는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한 결과, 다시 전기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11일 기자 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11일, 기자회견장엔 이 장관 대신 담당 실장이 나와 기자들 질문을 받았다.

국민들 생활과 직결된 전기요금 인상에 신중을 기한 것을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은 2007년1월 이후 원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계속 억눌려져 왔던 터다. 한국전력 손실분을 추경을 통해서 보조(6,680억원)키로 한 데 대해 국민 세금으로 기업들 전기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러한 사안을 장관이 마치 처음 본 내용인 양 발표 직전 연기하고 다시 번복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산업계 고충을 고려한 이 장관의 소신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결국 이 장관은 6시간만에 자신의 소신을 저버린 것이 된다. 어느 쪽이든지 한 나라의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격에는 맞지 않는 처신이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정부의 발표가 되풀이되는 한 민ㆍ관의 하나된 경제 위기 극복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박일근 경제부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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