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감동시키려면 호텔 슬리퍼에도 남다른 서비스 정신과 정성이 담겨야 한다."
롯데호텔이 신격호(사진) 롯데그룹 회장 지시에 따라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객실 슬리퍼 제작에 골몰하고 있다.
10일 롯데에 따르면 86세의 고령임에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고 있는 신 회장이 최근 "서비스 업체는 불황일수록 고객 중심의 정신을 강화해야 한다"며 차별화한 서비스 감각과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객실 슬리퍼를 제작할 것을 지시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돌아올 때마다 롯데호텔에 묵으며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직접 마라톤식 경영보고를 받고 있다. 또 시간이 날 때면 홀로 명동과 청계천 주변을 산보하는 등 아직도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내년 경영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조만간 귀국할 신 회장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진 아이템이 바로 호텔 슬리퍼"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여름 귀국 당시 일본항공(JAL) 1등석에서 지급되는 슬리퍼를 직접 들고 와서 그룹 관계자들에게 신어볼 것을 권하며 호텔의 기본 경영철학인 서비스 정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호텔 투숙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호텔 용품이 바로 슬리퍼"라며 기존 슬리퍼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가며 디자인을 설명할 만큼 애착을 보였다.
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은 평소 사소한 것이라도 하나를 제대로 하면 열을 통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며 "신 회장이 슬리퍼를 예사롭게 보지 않는 것도 이런 체험에서 오는 경영신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은 3개월여 고민 끝에 앞쪽이 트이고 질감이 부드러우면서도 너무 딱딱하지 않은 '신격호 슬리퍼' 시제품을 내놓았다. 색깔도 흰 것 보다는 약간의 아이보리 색조가 담긴 것이 좋다는 신 회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그러나 우리 전통의 멋과 색조를 선호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최근 시제품을 본 뒤 "디자인에 한국적인 미가 담겼으면 좋겠다"는 훈수를 둬 관계자들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 신 회장의 귀국을 앞두고 새롭게 선보일 롯데호텔의 '신격호 슬리퍼'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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