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독일 M사의 세단을 구입한 주부 A씨는 9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충돌 사고를 일으켰으나,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가슴뼈 등을 다쳤다. A씨는 M사 측에 에어백 오작동에 대해 항의했지만, "그 정도로는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해도 M사는 "맘대로 하라"며 역시 법적 대응에 나설 뜻임을 밝혔다.
#. 지난달 국산 G사의 경차를 구입한 B씨는 에어컨에서 심한 소음이 발생하자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찾았다. 정비 관계자는 "에어컨을 살펴봤으나 문제가 없다"며 그냥 가져가라고 했다. B씨가 "구입 한 달도 안 된 차를 수리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우리는 고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2007년 1,643만대 등록)는 세계13위로 커졌지만, 고객에 대한 AS 수준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는 것과 비례해 제작 결함과 고객들의 AS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올 들어 9월 말까지의 국산 및 수입차 제작결함 차량은 총 10만3,158대(129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만1,670대(39건)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이 중 국산차는 9만7,878대, 수입차는 5,280대이다.
수리 불가나 교환 기피 등 자동차 수리를 둘러싼 업체와 고객간 불협화음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국산 및 수입 자동차들이 갈수록 첨단화하고 있는 반면, 정비 기술이나 시스템은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마인드도 고객 지향적이라기보다는, 사측이나 노조 우선인 곳이 많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중 토요일에 직영 AS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현대자동차가 유일하다. 이 회사도 그 동안 노조 눈치를 보느라 토요일 정비 서비스를 실시하지 않았으나, 고객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이 달에야 비로소 서비스에 나섰다.
수입차 업체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AS센터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차량의 첨단기능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고급 기술인력이 많지 않아 정비가 불가능한 경우가 허다하다. 몇 개월 전 독일 B사의 세단을 구입한 C씨는 "차가 여러 차례 고장 나 수리를 의뢰했으나, '정비가 어렵다. 다른 모델을 싸게 줄 테니 차를 바꾸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허탈해 했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임기상 대표는 "자동차들이 첨단화하면서 전자장치에 따른 트러블이 자주 발생하고 있지만, 고급 정비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가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겉 모습만 보지 말고 AS 능력 등을 제대로 따져본 뒤 구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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