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어본 와인 이름은 아마도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메독 와인일 것이다. 와인 본가인 프랑스에서도 최고 명가 샤또(양조장)들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칠레,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 신대륙 와인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마니아들은 여전히 메독 와인에 관심을 갖는다.
필립 당브린(사진) 메독와인협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와인의 계절을 맞아 세계 8위의 메독 와인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관심을 게을리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수입량으로 치면 일본(5위)이 앞서지만, 와인을 대하는 자세는 한국이 휠씬 진지하고 성숙한 느낌이 듭니다." 그가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경기침체에 따른 국내와인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성장세가 꾸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상표'를 보고 와인을 마시던 시기가 지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예산에 맞게 실용적으로 와인을 소비합니다." 다양한 가격대의 와인을 실속있게 먹는 와인족이 늘고, 결국 이런 추세로 와인 소비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와 메독 지역의 음식문화가 비슷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고기를 구워먹는 경우가 많은데, 메독에서도 숯불구이를 즐겨 먹는 편입니다. 메독 와인이 숯불 등심구이 등에 잘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메독 지역은 보르도 북서쪽에 위치해 척박한 자갈토양에서 배수가 뛰어나 까베르네 쇼비뇽(포도 품종) 와인의 최고 산지로 통한다. 실제로 샤또 마고, 라투르, 무통 로쉴드 등 최고급 와인들이 생산되는 곳이다.
올해 생산된 와인의 특징에 대해서는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았지만 어려움을 잘 극복한 와인이라며, 결국 재배업자들이 많은 보상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9월에 북동쪽(러시아 지역)에서 오는 바람 때문에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추워서 탄닌과 향이 풍부하고, 색깔도 진합니다. 아마도 '8'자로 끝나는 해의 명성을 해치지 않을 겁니다." 그는 통상 1988년와 1998년 등 '8'로 끝나는 연도 와인의 품질이 매우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와인 초보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서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라"고 했다. 모르는 것을 접할 때 너무 어렵게 생각하기 보다는 부담 없이 마시는 게 최상이라는 의미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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