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풍년이 되면 곡물 과일 채소 값이 똥값이 되었다. 올해도 예외 없다. 오죽하면 논을 태우고 과일을 으깨고 채소를 갈아엎겠는가. 그 판국에 쌀직불금 삥땅 처먹은, 공무원과 의원들, 또 그밖에 땅만 가지고 손에 흙은 묻혀도 안 본 도시것들 때문에 열불이 난다. 축산인은 미국 쇠고기 수입에 이어 극심한 불경기, 사료포대 보고 한숨만 쉰다.
이것이 올해 '농업인의 날'을 맞이하는 농업인들의 모습일 테다. '농업이 국민경제의 근간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란다. 허무 개그다.
기념식을 하고, 훈장 포장 표창을 수여하고, 농업인큰잔치나 도농한마당 추수감사제를 열고, 국제 학술대회, 국제 농업기계박람회, 친환경농산물 전시판매 같은 것을 하면, 농업인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준단 말인가? 그런 전시성 행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농민이 농촌에서 도무지 살 수가 없도록 몰아가면서, 진짜 농업인은 밸이 꼴려서 절대로 가지 않을, 관료나 유지나 지방공무원들만의 잔치를 벌려놓고는 온갖 생색을 내고 공치사를 듣자는 건가? 차라리 '농업이 국민경제의 희생양임을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농업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조롱하기 위한 날'이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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