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김모(9)군이 10일 하루동안 섭취한 카페인은 무려 104.17mg이다. 자판기 커피 2잔 또는 박카스 100ml 3병 반을 마셨을 때 카페인 양과 맞먹는다. 물론 김군의 부모가 커피 등을 마시도록 방치했을 리 없다. 문제는 간식거리들에 있다.
김군은 아침에 평소처럼 초콜릿 드링크 한 팩(180ml, 카페인 함량 5.93mg)를 마셨고, 하교 길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커피맛 아이스크림(150ml, 28.81mg)을 먹었다. 집에 와서는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초콜릿 1개(93g, 33.64mg), 탄산음료 1캔(250ml, 35.79mg)을 먹고 마셨다. 모두 또래 아이들이 즐겨 찾는 군것질 거리다.
초등학생 4명 중 1명이 김군처럼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한국식품영양재단에 의뢰해 서울ㆍ경기지역 초등학생 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3.4%(22명)가 1일 허용량을 넘는 카페인을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허용량의 2배 이상을 섭취하는 학생이 5명이나 됐다.
우리나라의 카페인 1일 허용량은 단위 체중(kg) 당 2.5mg. 초등 4학년의 평균 체중(35kg)을 적용하면 하루 허용량은 87.5mg이다. 미국의 어린이단체인 네머스재단은 체중에 관계없이 어린이들의 카페인 섭취가 하루 100mg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지나친 카페인 섭취는 불안, 우울증, 신경과민 등을 유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짜증이 늘어 친구들과 다툼이 잦아지는 등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도한 카페인은 불안 등 심리적 반응 외에도 두통, 위통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되도록 빨리 카페인이 든 식품을 끊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아직 카페인 함량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는 것. 부모들이 카페인 피해를 줄이려고 해도 어떤 식품을 피해야 할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식품영양재단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04년부터 1리터 당 카페인 150mg 이상 함유한 음료에 대해 '고 카페인 함유' 표시를 의무화했고, 대만도 2006년부터 캔 음료와 패스트푸드를 대상으로 카페인 함량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아이들이 무심코 먹는 초콜릿, 빙과류 등에도 카페인이 다량 함유돼 있는 만큼 카페인 함량 표시를 의무화 해 소비자들이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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