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 최초 동영상 검색기술 개발한 '엔써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 최초 동영상 검색기술 개발한 '엔써즈'

입력
2008.11.12 00:11
0 0

"해외 사이트에서 액션배우 이소룡이 나오는 재미있는 동영상을 봤는데, 제목이 기억나지 않네.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현재 시험 서비스 중인 '엔써미'(www.enswerme.com)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한글로 '이소룡'이라고 입력했다. 순간 이소룡과 관련된 전 세계 모든 동영상이 우르르 쏟아졌다. 제목에 이소룡이라는 글자가 없어도, 제목이 한글이든 영문이든 상관없이 이소룡이 나오는 동영상은 모두 검색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해답은 간단했다. 글자가 아닌 영상을 검색하는 기술 덕분이다. 즉, '이소룡'이라는 글자를 찾는 게 아니라 이소룡에 해당하는 영상 신호와 일치하는 동영상을 모두 찾아내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글자가 아닌 영상을 검색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 놀라운 기술을 개발한 업체는 이름도 없는 국내 벤처 '엔써즈'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유튜브를 비롯해 그 동안 나온 모든 동영상 검색은 이용자들이 붙여준 제목을 위주로 글자 검색을 했다.

당연히 제목이 없거나 검색어와 다른 외국어로 된 경우 해당 동영상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엔써미는 영상을 직접 분석해 찾아내기 때문에 제목이 없거나 외국어로 돼 있어도 모두 검색할 수 있다. 어떻게 수 많은 영상 속에서 이소룡을 알아볼까. 원리 역시 간단했다. 우선 검색어인 '이소룡'이 들어간 제목의 동영상을 찾은 뒤 영상 신호를 추출, 이를 기준으로 같은 신호값을 찾는 방식이다. 엔써즈는 이를 '디지털 DNA'라고 부른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관련 기술 개발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박사 출신의 김길연(30ㆍ사진) 대표가 8년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이 묻어있는 것이다. 대학 시절 음성신호처리를 연구한 김 대표는 2000년 사람의 말로 기계를 작동하는 음성인식 전문업체 SL2를 창업했다.

하지만 수 많은 소음 속에서 기계가 음성을 인식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생각을 바꿔 음성인식 기술을 영상에 적용했다. 이를 토대로 2007년 사명을 엔써즈로 바꾸고 처음 개발한 작품이 바로 '엔써미'다.

이 기술은 김 대표조차 놀랄 만큼 뛰어난 동영상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과연 세상도 놀랄까. 김 대표는 NHN 다음 등 주요 포털업체를 찾아갔고, 그들 역시 깜짝 놀랐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도 마찬가지였다. 구글 측은 "미국 본사를 방문해 개발 원리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대표는 거절했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쉽게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대신 국내 포털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제휴를 추진 중이다.

인터넷 업체 만이 아니었다. 할리우드 영화사인 워너브라더스 경영진도 찾아왔다. 이들은 자신의 눈 앞에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전 세계 워너 영화 동영상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 대표는 "영화, 방송사 등은 저작권 단속 수단으로 생각하고 적극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엔써미를 통해 단순한 불법 동영상 적발이 아닌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즉, 저작권자가 엔써미로 검색한 동영상에 광고를 붙이고, 이를 저작권자, 동영상 게시자, 게시 사이트와 엔써즈가 수익을 나누는 방법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되면 저작권자는 더 많은 돈을 벌면서 불법 동영상 게시자들을 처벌 대신 정식 수익 채널 겸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단속이 힘든 불법 동영상 게시자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저작권자들과 수익을 나누기 위해 동영상을 이용자들이 얼마나 보는 지 TV 시청률처럼 확인할 수 있는 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영상 검색 및 시청률 확인 기술 등 6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상태. 김 대표는 올해 말 포털과 제휴가 완료되고 저작권자들과 협상이 진행되면 내년 초 엔써미 서비스를 공식 개시할 계획이다.

장한 한국의 벤처기업 엔써즈의 꿈은 원대했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엔써미를 하다'라는 표현이 일상적인 말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구글을 넘어서는 것(beyond The Google)이 꿈"이라고 말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