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불황을 탓하는 요즘 공연계에선 신작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장기 흥행 중이던 코미디마저도 30~40%씩 관객이 줄고 있는 마당에 신작은커녕 검증된 재공연으로 명맥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힘이 부친다고 공연기획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선 관람 시기를 놓쳐 아쉬움이 남았던 공연을 다시 골라 볼 수 있는 지금이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
문제는 재공연이라고 다 같은 공연이 아니라는 것. 동일한 콘텐츠도 배우와 스태프 구성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공연의 브랜드만 믿고 고를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재공연 중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노하우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① 안전한 선택은 '오픈런'
개막 후 흥행 결과에 따라 폐막 날짜를 결정하는 장기 공연, 즉 오픈런을 이어가는 공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 오랜 기간 공연을 지속해 온 것은 출연진보다는 콘텐츠 그 자체로 영향력이 있어서다.
"최근 관람객층이 젊어지면서 처음 공연을 접하는 관객을 위한 작품의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하는 공연 칼럼니스트 조용신씨는 "오픈런 공연이 대개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그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빨래'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헤드윅' 등을 예로 들면서, 장기 공연 중인 작품일수록 할인 메커니즘을 알면 좋은 조건으로 관람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② 이너리티에 주목하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 대선 이후 전세계적으로 마이너리티(소수집단)가 주목받고 있다. 공연계에서도 마이너리티는 주의깊게 살펴야 할 대상이다.
공연기획자 김옥진씨는 "소규모 프러덕션이 재공연을 한다면 관심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홍보ㆍ마케팅에 많은 비용을 쏟아붓기 힘든 여건임에도 다시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라면 절대 다수는 아니어도 분명 원하는 관객층이 있다는 뜻이라는 것.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 중인 극단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 두레홀 4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등이 화제 속에 재공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③ 공연 리뷰=소비자 후기
100석 규모의 전용극장에서 시작해 3년여 만에 관객 15만명을 동원한 연극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은 언론의 주목보다는 관람 후기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얻은 케이스다. 일종의 소비자 후기에 해당하는 타인의 관람평은 공연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티켓예매업체 인터파크INT가 관람 후기를 수집하는 차원을 넘어 조만간 우수 리뷰어로 구성된 '리뷰단' 모집 계획을 세워둔 것도 그래서다. 중요한 것은 재공연의 경우 단순히 예매사이트의 최근 관람평보다 각종 블로그에 올라있는 이전 평을 볼 필요가 있다는 점. 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④ 숫자를 맹신하지 마라
재공연 작품 중에는 '10년째 장기공연' 혹은 '수십만 관객 돌파' 같은 특정 숫자를 부각시켜 마케팅에 나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공연 연차가 작품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초연 당시 히트를 기록했어도 요즘 실정에 맞지 않는 공연도 많다. 공연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재공연을 접할 때 단순히 창작의 부재만 탓할 것이 아니라, 이전 공연과의 차이점을 짚어보는 등 적극적인 관극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 공연계에는 재해석이 가미된 '리바이벌 공연'은 없고 단순 재공연만 있는 게 현실"이라며 "제작자뿐 아니라 소비자인 관객도 질 높은 리바이벌 공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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