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19.1%(5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를 기록한 MBC '베토벤 바이러스'가 12일 종영한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대중에게 생소한 클래식을 소재로 평균 16.5%의 높은 시청률을 얻으며 수목드라마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고, '강마에 신드롬'을 일으킨 김명민의 열연 등으로 많은 화제를 뿌렸다.
그러나 본격적인 클래식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재규 PD와 홍진아ㆍ홍자람 자매 작가 등 제작진에게 '베토벤 바이러스'의 험난했던 제작기를 들었다.
■ 지휘자가 뭐 하는 사람이에요?
드라마의 밑그림을 그린 홍자람 작가도 처음엔 클래식 문외한이나 다름없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악을 담당한 서희태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를 처음 만났을 때 한 말. "지휘자가 무슨 일을 하는 건가요?" 이재규 PD 역시 오십보 백보였다.
제작에 들어가서야 클래식 음악을 차 안에서 틀기 시작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중적인 곡들이 주로 흘러나온 것도 이런 제작진의 모습과 무관치 않다.
클래식 공부는 연기자에겐 더욱 혹독했다. 김명민은 겨우 촬영 몇개월 전부터 지휘를 배워 실제 지휘가 가능할 만큼 실력을 갖췄고, 장근석 역시 꾸준한 연습을 통해 실제 트럼펫 연주를 할 정도의 수준이 됐다.
■ 연습 장면만 나오면 긴장
'베토벤 바이러스'에는 강마에가 오케스트라 연습 도중 단원들을 매섭게 몰아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얼핏 보기엔 일반 드라마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설정이지만 품은 더 많이 들어가야 했다.
"강마에가 특정 캐릭터의 잘못을 꼬집으면 그 내용에 가장 어울리는 곡의 특정 부분을 골라내고, 그것을 그대로 녹음해야 했다." 홍진아 작가의 설명이다.
이재규 PD 역시 20여명에 달하는 오케스트라의 반응과 동선을 짜느라 다른 드라마보다 한 장면 한 장면을 찍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국내 첫 정통 클래식 드라마 제작에 수업료를 톡톡히 낸 셈이다.
■ 제작 여건의 한계는 아쉬움
미니시리즈 제작 땐 두 개의 촬영팀이 운영되는 게 요즘의 상식. 촉박한 시간에도 효율적인 촬영을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9회까지 이재규 PD 혼자 촬영팀을 이끌었다.
제작비가 문제였다. 이 때문에 제작시간이 촉박해 오케스트라 연습 장면 등을 일부 축소하기도 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만들어진 '베토벤 바이러스'는 국내 방송계에 큰 의미를 던졌지만, 그만큼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에 대한 숙제도 안긴 셈이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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