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1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범죄 혐의는 일국의 세정(稅政) 최고 책임자가 저지른 행위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다. 강남의 19억원 짜리 아파트를 뇌물로 받고, 7,000여만원에 달하는 최고급 오디오ㆍ가구 구매 비용과 개인 선물 비용을 기업에 대리 결제토록 했다니, 그 대담함과 뻔뻔스러움이 가증스럽고 역겹기까지 하다. 그는 참여정부 2기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국민과 1만7,000여 국세청 직원들 앞에서 '세정 혁신'과 '부패 척결'을 부르짖었던 사람이다.
이 전 청장의 범죄 혐의는 법망을 피해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공직사회 뇌물수수 행위에 대한 총체적 대응이 절실함을 새삼 일깨워준다. 공무원의 뇌물수수는 국정시스템 운영을 왜곡시켜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리고, 경제ㆍ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주범이다.
그럼에도 공무원을 포함한 뇌물사범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유죄가 확정된 뇌물사범 가운데 52.7%가 집행유예를, 9.3%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또 뇌물 범죄의 구속률은 15.8%, 1심 실형 비율은 28.8%에 불과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뇌물수수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사정 당국의 약속이 국민적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것이다.
법원은 뇌물사범, 특히 공무원 뇌물사범에 대해 '공직자로 복무하며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운운하며 온정주의적 판결을 내리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대신 과감하게 실형을 선고하고 범죄를 통해 얻은 재산상 이득을 몰수함으로써 공직사회에 부패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법의 엄정함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는 뇌물을 받은 공무원 등에게 수수 금액의 2~5배의 벌금형을 징역형과 함께 부과할 수 있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ㆍ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 뇌물 비리를 예방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와 시스템을 고안하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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