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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의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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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예의없는 것들

입력
2008.11.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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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화려하고 감동적인 대선승리 연설에 가려 다소 빛을 잃었지만 메케인의 패배승복 연설도 감동적인 명연설로 남을 만하다. 그는 흑인 대통령의 출현을 납득하지 못하고 야유와 울분을 토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노예제와 분리ㆍ차별주의의 오랜 역사를 겪은 흑인들의 자부심을 이해할 것을 주문하며 "미국은 이제 과거의 잔인하고 무서운 편견으로부터 해방됐으며 오바마의 당선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견해차는 여전하지만 지금은 당선자가 국가적 도전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모두가 선의와 정성을 다해 도울 때"라고 강조했다.

▦ 뉴욕타임스의 우파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조차 오바마의 당선에 "노예해방을 선언한 지 163년 만에 비로소 남북전쟁이 끝났다"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어디에나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는 있는 법인가 보다. 엊그제 들어온 외신은 독일어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오스트리아의 저명 원로언론인 클라우스 엠메리히가 "서방세계는 흑인의 지시를 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해 유럽 지성계가 당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오바마는 자신의 레토릭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악마와 같은 재주를 가진 인물"이라는 설명까지 달았다.

▦ 실비오 베를루스쿠니 이탈리아 총리도 세계적 구설수에 올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젊고 잘 생겼으며 선탠까지 했다"고 피부색을 언급,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서다. 하지만 사실 '선탠발언'의 원조는 한국의 민주당이다. 최재성 대변인은 청와대가 오바마 정권과 이념과 비전을 공유한다고 하자 "부시와 카트를 타고 즐긴 날이 얼마나 지났다고 그런 비웃음을 사는 소리를 하냐"며 "정부 요직에 있는 분들이 오바마 따라하기가 지나쳐 모두 선탠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비꼬았다.

▦ 한나라당도 이에 못지않다. 차명진 대변인은 즉각 "민주당이 MB노믹스를 포기하고 오바마 정권의 방향에 맞춰 정책을 조정하라는데, 그럼 우리도 흑인대통령을 뽑자는 거냐"고 맞받았다. 더구나 이런 공방이 외신기자들도 지켜보는 국회 브리핑룸에서 벌어졌단다. 이런 천박한 밑천을 대내외에 드러낸 정치권은 '예의없는 것들'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때마침 오바마 당선자가 두 딸을 위해 백악관에 데리고 갈 강아지에 빗대 정체성에 대한 마음고생을 털어놓은 것이 화제다. "가족들이 유기견 보호소의 개를 원하는데, 그런 개들은 대부분 저처럼 '잡종(mutt)'입니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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