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도입 예정인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인 아이핀(I-PIN)이 인터넷 표준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아이핀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웹 브라우저에서만 작동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핀이란 인터넷 개인식별번호를 뜻하는 영문 줄임말로, 인터넷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신 본인 확인 수단으로 쓰일 예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인인증기관과 일부 신용평가업체에서 발급하는 아이핀은 발급 과정에서 해킹 방지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별도의 키보드 보안모듈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해당 보안모듈이 인터넷 표준과 무관한 MS의 개발도구 액티브X 환경에서만 작동하도록 돼 있어 애플의 'OS X', 구글의 '크롬' 등 타사 운용체제(OS)나 웹브라우저 이용자들은 아이핀을 설치할 수 없다.
따라서 MS의 '윈도' OS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은 내달 14일 이후 아이핀이 도입돼도 과거처럼 포털이나 인터넷사이트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개발업체들이 편리함과 경제성을 이유로 액티브X를 이용해 키보드 보안모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관계자는 "액티브X가 없어도 아이핀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안모듈 개발을 요구했으나,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딱히 해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선 MS의 액티브X 대신 인터넷 표준으로 쓰이는 아작스, 리아 등을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강송규 엔에이포 대표는 "액티브X는 보안 문제 때문에 해외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인터넷 표준을 따르면 MS나 구글, 애플 등 여러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MS 제품이 아닌 다른 소프트웨어 이용자들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측은 "국내의 경우 MS 익스플로러 이용자가 전체 웹브라우저 이용자의 98.7%나 된다"며 "액티브X 때문에 아이핀 사용에 제한을 받는 이용자는 나머지 1.3% 중에서도 소수"라고 주장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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